`흙수저` 밴스, 아메리칸 드림 되살리나

트럼프,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
펜실베이니아 등 스윙보터 공략
피격사건 후 당선자신감 해석도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 낙점받은 밴스 상원의원(오른쪽). AP 연합뉴스

자신의 불우한 성장기를 토대로 쓴 소설 '힐빌리의 노래'로 유명한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이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밴스 후보는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오하이오주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변호사, 벤처 캐피털 기업인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를 두고 '아메리칸 드림'의 모델이란 말까지 나온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부통령 후보로 강경 보수파인 밴스 연방 의원을 택한 데는 여러 포석이 있다. 밴스 후보는 자신의 불우한 역경을 딛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캠프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거는 미국인 꿈의 회복, 미국의 재건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의 자전적 소설은 론 하워드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공전의 히트를 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스윙보터주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주 등 러스트벨트와 겹치는 중북부지역의 표심을 얻는데도 밴스 의원은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초선인 밴스 의원은 올해 39세로 1952년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다. 그는 불법 이민 차단, 기후변화 평가절하, 우크라이나전쟁 조기 종식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부분 견해를 같이하는 의회 내의 핵심적인 '친트럼프' 의원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발표하면서 그의 해병대 근무, 오하이오주립대 및 예일대 로스쿨 졸업,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집필, 기술과 금융 분야 사업 성공 등의 이력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향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밴스 의원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주 등지의 노동자 및 농민들에 "강도 높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니 모리노 오하이오 상원의원 후보는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추천하면서 "그는 가난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 워싱턴은 이를 잊어버렸다"면서 "그는 어떤 미국인도 다시 잊히지 않도록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밴스 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행사장에서는 "J.D." "J.D" 연호가 계속됐다. 밴스 의원은 이때 눈시울이 붉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스 하원의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이 각각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고 선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세력 확장을 위한 중도 성향 인물 대신 자신의 '아바타'격인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피격 사건 이후 그의 당선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자신감의 발로로도 해석된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