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니 '보류지'라도…송파 문정동 아파트 '이것' 나왔다
16일까지 보류지 8가구 매각
최저입찰금액 시세보다 저렴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이 보류지 8가구를 매각한다. 일반분양을 놓친 수요자들의 관심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 입찰금액이 분양권 시세나 인근 신축 아파트 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보류지 입찰은 청약통장 없이 동·호수를 선택할 수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찰을 거듭하며 보류지가 주인을 찾지 못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다시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보류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가격을 4억5000만원이나 올렸다.
문정동 신축 8가구 보류지 매각…최고 3.5억 시세차익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문정동 136번지 일원 재건축을 통해 공급된 최고 18층, 14개동, 1265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지난해 11월 일반분양으로 299가구를 모집했는데 3만9841명이 신청한 바 있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52.5대 1에 달했다. 입주는 다음달 30일 이후 가능하다.
조합은 16일 오후 4시까지 보류지 8가구에 대해 입찰을 받는다. 전용면적 49㎡A 3가구, 49㎡B 3가구, 74㎡C 2가구 등이다. 보류지는 조합원 수 변동과 같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여분으로 남겨놓은 물량이다. 매각방법은 최고가 공개경쟁입찰이다.
최저 입찰금액은 일반분양가보다 7000만~1억6000만원 높다. 전용 49㎡A와 49㎡B는 8억4000만원, 74㎡C는 12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 49㎡A와 49㎡B 일반분양가가 각각 7억6580만원, 7억538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보류지 가격이 7420만~8620만원 높다. 74㎡C 일반분양가는 10억8600만원으로 보류지 가격과 1억6400만원 차이가 난다.
다만 시세보다는 저렴하다. 전용 49㎡와 74㎡ 분양권 호가는 11억원, 16억원 선에 각각 형성돼 있다. 최저가로 낙찰받는다면 최대 3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인근 신축인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은 지난달 전용 59㎡ 12억3000만원(14층), 전용 84㎡ 14억8000만원(6층)에 거래된 바 있다.
보류지 입찰은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아 통장이 없거나 가점이 낮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만 19세 이상 누구나 거주지, 보유 주택 수와 상관없이 입찰 가능하다. 동·호수를 선택할 수 있고 전매금지 규정도 없어 전세를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입주 전후로 입찰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보통 1~2개월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하는 압박이 있다. 중도금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도 어렵다. 입찰금액의 약 10%를 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낙찰 후 미계약하면 보증금을 반환받기 어렵다. 물론 낙찰에 실패할 경우엔 돌려받는다. ▷관련기사: [집잇슈]청약통장 없이 원베일리 분양받는 방법(2021년5월28일)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16일 오후 4시까지 입찰 서류와 함께 입찰보증금 2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오후 5시 개찰에서 낙찰받은 사람은 입찰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다음달 10일 1차 중도금(20%), 30일 2차 중도금(20%), 10월 30일 잔금(50%)을 치르게 된다.
연초까진 '애물단지'…집값 오르자 '효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보류지 입찰의 인기가 시들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수요자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등포구 신길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4월 '더샵 파크 프레스티지' 아파트 보류지 2가구에 대한 5차 매각 공고를 냈다. 전용 59㎡A의 입찰기준가격은 13억원에서 11억7000만원, 11억원, 10억5000만원, 10억원으로 낮아졌다. 84㎡TA 역시 네 차례 할인돼 최초 16억원에서 13억원으로 내려갔다.
신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59㎡ 보류지는 10억5000만원에 낙찰됐고 84㎡는 아직 남아있다"며 "조합 명의로 등기된 물건이라 주택담보대출도 가능하다. 중도금, 잔금 일정도 일반 매물과 똑같은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9월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보류지 29가구 매각을 진행했다. 잇따른 유찰에 11월 최저 입찰금액을 낮춰 3차 공고를 냈다. 전용 84㎡ 입찰 기준가는 39억5000만~41억원에서 37억5000만~38억원으로 조정됐다. 몸값을 2억~3억원 낮춘 덕에 지난달께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류지를 찾는 수요자들이 많아졌다. 강남구 개포1동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아파트 보류지 매각 공고를 올해 들어 다섯 차례 냈다.
지난 3월 4일 전용 59㎡A 보류지 16가구에 대해 21억~22억원에 선착순 매각 공고를 냈다. 열흘 만에 10가구가 팔리자 남은 6가구에 대해 21억5000만~22억5000만원으로 재매각에 나섰다. 닷새 후 또 올린 공고(3가구)에선 매매기준가가 2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남은 1가구의 매매기준가는 지난 5월 24억5000만원, 지난달 25억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3개월 만에 21억원에서 25억5000만원으로 4억500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조합 측은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가격을 더 올렸다"고 전했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마지막 남은 보류지는 25억5000만원에 팔렸다"며 "현재 전용 59㎡ 매물은 26억원까지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류지는 최초 분양가가 아닌 주변 시세를 고려해 최저 입찰금액이 정해지다 보니 높은 가격에 매각될 수밖에 없는 경매 방식"이라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경매가 나을지, 구축을 사는 게 나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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