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미뤘는데 당길수도 없고”…대어급 분양까지 앞둬 가계빚 관리 ‘첩첩산중’
KB·하나·우리 등 가산금리 인상
시장금리 하락하며 인상효과 상
주담대 고정형 대세돼가는 가운데
변동금리 기준되는 코픽스 하락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던 7월 첫주 대비 거의 변동이 없었다.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이 적게는 0.05%포인트(신한은행), 많게는 0.2%포인트(하나은행)까지 가산금리를 올리며 주담대 수요를 억눌러보려고 했지만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효과가 미미했다.
주단위로 금리를 정하는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일까지만 해도 하단이 3.0%였던 주담대 5년 고정 주기형 금리가 2일 조정으로 3.13%까지 올랐지만, 2주차에 다시 3.04%로 주저앉았다. 3주차가 된 15일 3.06%로 소폭 반등했다. 0.13%포인트를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았다면 하단이 2%대로 떨어졌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금리를 올렸지만 금융채 금리의 하락세에 효과는 미미했다. NH농협은행은 아직 주담대 가산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7월 첫주 3.34~3.36% 수준에서 형성됐던 주담대 5년 주기형 하단 금리가 7월 셋째주인 15일엔 3.27%로 확 떨어져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반짝 상승했던 코픽스(COFIX)도 하락으로 돌아섰다. 코픽스는 주담대 변동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지표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3.52%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잔액기준으로도 전월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11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했던 코픽스 금리는 지난 5월 반짝 상승했지만 6월 다시 하락한 것이다.
금융채와 코픽스 금리가 하락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당초 7월부터 강화하기로 했던 대출한도 규제 강화를 2달 후인 9월로 늦춰놓은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들썩이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시장금리까지 낮아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유예한 규제 시행을 당길수도 없어서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및 엄격한 심사를 요청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금리를 올렸는데, 조달원가가 떨어지다보니 인상분이 상쇄되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그렇다고 무리하게 가산금리를 마냥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가계대출의 관리 전망도 밝지 않다. 통상 분양비수기인 7~8월에 강남권(반포, 도곡 등) 대어급 분양이 예정돼 있어 부동산 경기를 한 번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꾸준히 금리인하 신호가 나오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주담대 등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금리는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주택경기 부활 신호와 금리 인하라는 2가지 요인이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부동산 경기 상승 기대감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대출을 통해 변동폭이 너무 커졌다”면서 “부동산이 우리나라에서 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통해 금융자산화된 측면이 있는데, 무리한 대출을 통한 주택 매매는 결과론적으로 안좋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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