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날리는 성조기, 지나치게 완벽”…美서 퍼진 트럼프 피격 음모론

김자아 기자 2024. 7. 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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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한 뒤 무대를 떠나며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중 저격을 당한 사건과 관련 여러 음모론이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확산중이다.

15일(현지시각) 엑스(X·옛트위터) 등 SNS에는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연출’ ‘각본’ 등을 뜻하는 해시태그 #Staged가 유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귀에 묻은 피가 연극용 젤이고, 총격은 자작극이며, 비밀경호국(SS)이 트럼프 선거본부와 공모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총격 직후 촬영된 AP 통신 에번 부치 기자의 사진이 음모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에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성조기를 배경으로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은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들 ‘세기의 사진’으로 꼽힌다.

그러나 음모론자들은 이 사진이 즉석에서 찍었다기엔 지나치게 완벽하다고 주장한다. 한 미국내 유튜브 이용자는 “(사진이) 너무 심하게 완벽하다”면서 “깃발은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배치됐다”고 적었다.

또 총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피를 늦춘 것도 음모론자들의 의심을 샀다. 총격 사건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피를 재촉하는 경호요원들을 “기다리라(wait)”며 제지한 뒤 주먹을 치켜들어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부치 기자의 사진이 찍힌 것도 이때였는데, 음모론자들은 당사자가 고집한다고 대피를 늦추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 진영에서도 음모론이 확산 중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루스소셜 이용자들은 이번 총격 사건의 배후에 바이든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있다거나 미 중앙정보국(CIA)이 암살을 기도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마이크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원도 SNS에 “바이든이 지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TV토론 얘긴 그만하고 트럼프에 ‘초점(bullseye)’을 맞추자”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총격 지시’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음모론이 확산하자 트럼프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은 14일 “추측과 거짓정보를 퍼트리는 이들은 우리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WP는 “블루어넌(BlueAnon) 음모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블루어넌은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에 빗대 좌파 진영의 음모론 세력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같은 음모론을 두고 영국 BBC 방송은 “음모론은 때때로 합당한 의문과 혼란 속에서 시작된다”며 “(경호실패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자) 그 빈 공간으로 불신과 추측, 거짓정보가 밀려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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