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스스로 한계를 넘은 해방의 음악, 시원하네요”
모든 것이 “초자연적 현상”이었다. 설명 불가한 ‘빅뱅’으로 우주가 생겨났듯이,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신보도 그렇게 탄생했다. 2019년 3집 ‘세레나데’ 이후 무려 5년 만의 정규 앨범 ‘너머’. 그 첫번째 파트 ‘블랙 시머’가 15일 공개됐다.
시발점은 ‘별사탕’이었다. 2020년에 만들어놓고 묵혀둔 노래를 지난해 우연히 들은 곽은정 엔지니어가 말했다. “이런 거 왜 안 해?” 뭔가에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게. 내가 왜 안 했을까?’
“당시 저에겐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생각과 히트곡에 대한 강박이 있었어요. ‘별사탕’처럼 대중성보다 실험성이 앞서는 곡을 내면 안 된다는, 스스로의 한계에 갇혀 있었죠. 그런데 은정 기사님의 한마디가 날 깨어나게 했어요. ‘그래, 이런 노래로 앨범을 만들어보자.’ 해방의 시작이었죠.”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음악유통사 포크라노스 사무실에서 만난 선우정아가 말했다.
첫번째 곡이자 타이틀곡 ‘별사탕’은 제목처럼 알록달록한 색깔로 팡팡 터진다. 첨단과 복고 사운드의 오묘한 결합은 1980년대 팝스타 프린스를 떠올리게 한다. “옛 시절의 에스에프(SF) 영화, 과거와 미래가 묘하게 섞인 느낌, 프린스의 해맑은 아이 같은 신남을 담고자 했어요. 저에겐 클래식과도 같은 휘트니 휴스턴과 샤카 칸에게서도 영감을 얻었고요. 퍽퍽한 건빵을 먹다가 만나는 달콤·상큼한 별사탕 같은 음악으로 지루한 세상을 알록달록 물들이고 싶었어요.”
‘별사탕’이 태양처럼 중심을 잡고 나니 다른 노래들이 하나둘씩 중력에 끌려와 행성처럼 공전하기 시작했다. 두번째 곡이자 또 다른 타이틀곡 ‘왓 더 헬’도 그렇게 끌려온 노래다. “세상의 수많은 무례함에 우아하게 울분을 토하고 싶어서 작년 10월에 만든 노래를 다시 작업했어요. 해방된 상태에서 무아지경이 되어 녹음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 거예요. 나도 모르게 침을 퉤 뱉는 소리가 나왔어요. 해묵은 상처와 독소가 해소되는 느낌이었어요.” ‘퉤’ 소리는 실제로 노래 막판에 들어갔다.
세번째 곡 ‘부른 소리’는 2017년에 만들고 2019년에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녹음한 뒤 꺼내보지도 않았던 곡이다. 너무 솔직한 감정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그랬던 노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끌려왔다. “그때는 싫었던 나약한 모습까지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 희망이 일렁였어요. 새 사운드로 옷을 입혀 작업하고 나니 철없을 때 찍은 옛날 사진을 꺼내 보는 느낌도 들어요.”
네번째 곡 ‘시머’는 ‘별사탕’과 ‘왓 더 헬’을 작업하며 앨범의 중력을 느낄 때 만들어진 노래다. “‘왓 더 헬’을 녹음하며 침 뱉은 날, 기분이 너무 좋은 상태에서 후루룩 썼어요. 이번 앨범을 만드는 과정의 제 마음을 영화로 만든다면, 오에스티(OST)로 쓰일 노래죠.” ‘시머’는 희미하게 일렁이는 빛을 뜻한다. 그의 마음을 상징하는 작은 별들과 우주먼지는 어둡고 광활한 우주에서 천천히 자신만의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마지막 곡 ‘재즈 박스’는 “우주여행을 마치고 뒤풀이 파티를 하는 느낌”의 노래다. 그가 취미로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 ‘재즈 박스 시즌 2’를 위해 만든 주제곡을 새롭게 편곡했다. “20대 시절 재즈 클럽에서 노래하는 일을 했어요. 지금도 재즈를 부르는 게 재밌어서 유튜브 라이브 콘텐츠로 만들고 있거든요. ‘재즈 박스’는 원래 정통 재즈 스타일의 노래인데, 앨범 분위기에 맞춰 각양각색 우주인들이 모여 즐기는 듯한 귀여운 버전으로 만들어봤어요.”
이들 다섯 곡이 끝이 아니다. 두번째 파트 ‘화이트 셰이드’를 9~10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블랙 시머’가 해방의 음악이라면, ‘화이트 셰이드’는 해탈의 음악”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해방과 해탈이 합해지면 비로소 온전한 정규 앨범 ‘너머’가 된다.
“언제나 저 너머를 향하는 음악가가 되기를 염원해왔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스스로 그었던 선입견과 한계를 시원하게 밟고 넘어온 것을 느껴요. 그 개운함이 여러분께도 잘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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