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농가 살린 '10분전 경보'…구글도 인정한 K-데이터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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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잦은 폭염과 폭우에 과일·채소류 가격이 치솟으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정부와 농가에선 이에 대응한 생산 작물 관리가 최우선이 된 가운데 스마트팜용 'AI(인공지능) 솔루션'이 그 해답으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온습도·이산화탄소·일사량·토양 등의 각종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AI 분석을 통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관리해주는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팀스페이스팜'의 서유리 대표를 화상으로 만났다.
서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시각문화융합디자인학과를 전공했다. 그가 전공과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첫 직장으로 스마트팜을 다룬 스타트업에 입사하면서다. 서 대표는 "일하면서 기후변화와 고령화로 경험에 기반한 농업이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 우리나라에 보급된 스마트농업이 대체로 1.5세대(시설 자동화)에 머물러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데이터농업의 향후 발전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다니던 회사가 1년만에 경영 어려움에 처하자 2019년 8월 직접 창업에 나섰다. 전 회사에서 서 대표의 팀장이었던 스마트팜 전문가 김성노 CTO(최고기술관리자)도 합류했다. 팀스페이스팜은 작물 생육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대응법과 수확량을 예측할 수 있는 스마트팜 신모델 개발에 착수, 3년여 만인 지난해 3월 '스마트쑥쑥'이라는 데이터농업서비스를 내놨다.
이는 스마트 센서에 달린 생육 측정 카메라와 온디바이스 비전 AI를 연동해 농작물을 촬영하고 사진을 분석해 제대로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뿐 아니라 병충해 여부를 곧바로 인지하고, 과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 지, 수확량, 과일의 당도 등도 예측할 수 있다.
이 같은 모델을 구축하려면 비싼 전용 장비는 물론 고성능 서버 등 각종 유지비가 들어가는 인프라를 모두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구글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 AI를 써 해결했다. 초기 구축비와 유지비를 약 3분의 1이상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구글 클라우드 본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AI 머신러닝(기계학습) 농업 전문기업이 전 세계 11곳 밖에 없는데 팀스페이스팜이 가장 최근에 이름을 올린 회사일 것"이라며 "등록 전에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로부터 서비스 아키텍처 구조, 비즈니스 모델의 신뢰성·효율성 등을 검증받아 등록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해외진출 시 구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팀스페이스팜은 스마트쑥쑥을 정식 출시하기 전 대저 토마토 농가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생산량은 42톤(t)에서 52t으로 전년 대비 2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쑥쑥은 지난해 12월 누적 기준 50여 농가, 9만2483㎡ 농지에 보급됐다. 짧은 기간 적잖은 규모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서 대표는 "스마트쑥쑥은 거미줄 같은 전선을 깔 필요없는 장거리 광역망(LoRaWAN) 기반의 저전력 무선 통신 방식으로 설치가 간편하다"며 "기존보다 설치시간은 8분의 1, 비용은 3분의 1 정도로 부담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스마트쑥쑥을 도입한 농가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서비스는 '10분 전 이상 예측 알림서비스'다. 서 대표는 "기온이 작물에 해를 가할 정도로 오르거나 내릴 것으로 보이면 그 현상이 일어나기 10분 전 해당 농부에게 AI음성 전화로 알림을 보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특히 농장에선 고온보다는 냉해 피해가 막심한 데 대저 짭짤이 토마토 농가의 경우,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났을 때 수억원대 피해를 입을 뻔한 상황을 우리 서비스 덕에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10분 전 예측서비스를 20~30분 전 서비스로 고도화하는 게 목표다. 서대표는 "1분 주기로 환경데이터를 수집하면서 5분, 30분, 1시간 전 예측 테스트를 시행해 봤는 데 아직은 10분 전이 정확도가 가장 높다"며 "데이터가 모이면 모일수록 이 시간은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팀스페이스팜은 현재 폐쇄회로(CC)TV와 모션인식 기술을 결합한 '자동 영농일지 작성 서비스'를 연구 중이다. 작업자 행동을 파악해 농약을 쳤다는 식으로 일별 작업을 자동인식·기록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농가에서 영농일지는 유통업자와 협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인데 대부분 2주에 한 번 정도 대충 적는 식이라서 정확하지도 않고 작성하기도 번거로운 측면이 있어 이런 서비스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최근 NH농협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 프로그램에 선정돼 NH농협경제지주 산지유통부와 스마트팜 확산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그는 "대저 토마토 단지, 안동의 의료용 대마 특구단지에 이어 성주참외 쪽으로 우리 솔루션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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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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