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이후 최고위 북 외교관 한국 망명…“북한 주민,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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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일규(52) 정치 담당 참사(참사관)가 지난해 11월 초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망명해 한국에 정착했다.
리 참사는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쿠바 전문가로 지난해까지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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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일규(52) 정치 담당 참사(참사관)가 지난해 11월 초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망명해 한국에 정착했다. 리 참사는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쿠바 전문가로 지난해까지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2016년 귀순한 태영호 당시 주영국 북한 공사 이후 한국에 온 북한 외교관 중 가장 직급이 높다.
리 참사는 16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은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을 갈망하고 열망한다”며 “이유는 못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 자식의 미래를 걱정할 때 뭔가 좀 나은 삶이 돼야 한다, 답은 통일밖에 없다, 이것은 누구나 공유하는 생각”이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반통일 정책을 들고 나온 건 “북한 주민들의 통일 갈망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에서 한류는 아무리 강하게 통제하고 처벌하더라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고 한다.
리 참사가 탈북을 결심한 건 상급 간부의 뇌물 요구와 북한 당국이 자신의 병 치료를 거부한 일 때문이었다. “2019년 8월 쿠바에 북한 식당을 내려고 평양에 가자 외무성 대표부지도와 부국장이 적잖은 뇌물을 요구했다”며 “자금 여유가 부족해 ‘후에 보자’는 식으로 미뤘더니 앙심을 품고 나를 소환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경추 손상에 의한 신경 손상증을 앓아 멕시코에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외무성에 요청했는데 “24시간도 안 돼 불허한다는 전보가 떨어졌다”고도 했다.
리 참사는 “그때 격분해 ‘북한을 떠나려는 내 생각은 옳았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탈북을 실행에 옮기려 가족과 함께 쿠바 공항 탑승구 앞에서 기다린 1시간이 몇 년과 맞먹었다던 그는 “처음으로 하나님께 가족을 보호해줄 것을 빌고 또 빌었다. 왜 인간이 종교를 믿는지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1999년 외무성에 입부한 리 참사는 2013년 북한 선박 ‘청천강호’가 쿠바에서 지대공 미사일과 전투기 부품을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가 적발됐을 당시 쿠바 대사관의 3등 서기관(대외직명은 1등 서기관)으로 파나마 측과 교섭을 벌였다. 이 교섭을 통해 청천강호의 억류를 해제하고 선장과 선원들을 석방 시켰는데 그 공로를 인정받아 김 위원장의 표창장을 받았다. 이후 2016년부터 약 3년간 평양 외무성 본부에서 중남미 담당 부국장으로 일하며 김정은 정권을 지켜봤고 2019년 다시 쿠바 참사로 부임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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