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군요!”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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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을 시작한 지 3주 차에 물에 뜨기를 시도했다.
그러자 그분이 "나도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군요!"라며 기뻐했다.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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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시작했다. 4개월 차 초보다. 정말 피하고 싶었던 운동이다. 어릴 적 큰 파도에 휩쓸린 경험이 있어서 물 공포증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초 허리에 통증이 생겨 찾아간 정형외과 의사가 수영을 권했고, 이를 기회 삼아 미루고 미루던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왕초보반에서 물속에서 걷는 법, 호흡하는 법부터 배웠다. ‘음’ 소리를 내며 들어간 물속은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었다. 내뱉는 숨에 올라오는 물방울이 보글보글 소리를 만들어내는구나. 물속까지 뻗어 내리는 천장 형광등 빛은 움직이는 물길에 따라 일렁이는구나. 땅 위가 아닌 물속에서의 감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놀라웠던 때는 물에 뜨는 순간이었다. 수영을 시작한 지 3주 차에 물에 뜨기를 시도했다. 당연히 덜덜 떨었다. 여러 번 실패했다. 같은 반에 나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50대 중년 여성이다. 나처럼 매우 두려운 표정이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물에 뜨기 시작했다. 호흡하며 떠 있는 그분을 보니 용기가 생겼다. 눈을 질끈 감고 물 위로 누워 기지개를 폈다. 성공이었다. 두려워도 두 눈 질끈 감고 물에 뜬 그분 덕이 크다고 생각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그분이 “나도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군요!”라며 기뻐했다. 여전히 수영은 잘 못하지만, 물속 경험을 통해 삶의 지평이 넓어졌다.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을 키웠다.
일상이 다채로워지는 경험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장애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회의 탈시설지원조례는 폐지됐고, 중증장애인들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은 삭감됐다.
탈시설해 지원주택에 살고 있는 이성희씨를 취재할 때, 이동하며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 전창영씨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분들이 오랫동안 시설에서만 살다가 자기가 원하는 무언가를 찾으며 살아간다는 건요, 제가 택시 운전하다가 우주선 타고 달로 날아가는 것과 같은 거예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탈시설한 그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동감 넘치고 힘을 받는걸요. 당연히 사회가 이들을 지원해줘야 해요.”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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