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당 아니라 야간 저혈당이 문제?…AI 실시간 혈당관리 해봤다
2년 전 이맘때보다 10㎏가량 살쪘다. 일이 늦어지면 저녁을 거르거나 조금 먹었고, 밤 12시가 지나면 극심한 허기에 신데렐라처럼 냉장고로 달렸다. 그렇다. 굶다 폭식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든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취재원이 “우리 사무실 사람 열명 중 6명은 팔에 연속혈당측정기(CGM) 차고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지난 5월 아이티(IT)전시회인 월드 아이티 쇼(World IT Show)에서 시연을 봤던 카카오헬스케어의 인공지능 기반 실시간 혈당관리서비스 ‘파스타’(PASTA)가 떠올랐다.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아흐레간, 연속혈당측정기를 달고 생활해 봤다.
탕! 후르륵, 생각보다 간편한 부착
파스타 앱과 함께 사용되는 센서기기는 2종류(덱스콤 G7, 케어센스 에어)다. 그 중 덱스콤의 측정기를 이용했다. 측정기 착용 도구는 학창 시절 선생님이 찍어 주던 큼직한 스탬프처럼 생겼다. 스탬프 속 바늘은 압정 절반 크기다. 손 소독 뒤 착용 도구를 팔뚝 뒤에 가져다 대고 버튼을 누르자, 탕! 하고 용수철 튕기는 소리가 났다. 손을 뗐더니 이미 팔에 백원 동전만 한 측정기가 박혀 있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방수 테이프를 덧씌우므로 목욕 가능하다.
체험 첫날 저녁을 고기로 먹었다. 식후 혈당은 117㎎/㎗였다. 막연한 죄책감을 느끼며 운동을 시작했다. 복근 운동을 10분 정도 했더니 혈당이 70㎎/㎗ 이하로 떨어졌다.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하자 이번엔 80㎎/㎗ 정도로 올랐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더니 이명이 들렸다. 혈당은 55㎎/㎗까지 내려갔다. 파스타 앱이 “혈당이 떨어지고 있다, 사탕을 먹으라”는 경고를 띄웠다. “세상에, 운동이 효과가 있네.” 밤중 42㎎/㎗까지 혈당이 떨어졌고, 잠든 사이 휴대전화엔 경고 알림이 서너개씩 쌓여 있었다. 이때만 해도 대수롭잖게 여겼다.
몸치여서가 아니라 저혈당이었다고?!
둘쨋날, 아침 식사로 삶은 계란과 요거트를 먹었다. 혈당이 108㎎/㎗까지 올랐다. 점심에 뇨끼를 먹자 혈당은 131㎎/㎗까지 치솟았다. 식욕이 없어 저녁 식사를 걸렀지만, 혈당은 101~108㎎/㎗ 정도로 큰 변화가 없었다. 공복 뒤 밤중에도 혈당은 90대 선을 유지했다.
셋째날, 앱의 ‘혈당 공유’ 기능을 실험했다. 혈당 그래프를 본 친구가 연락이 왔다. “야, 내가 그러다 쓰러졌잖아!”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그녀와 ‘동급’ 취급하니 황송했다. ‘야간 저혈당’ 증상이라고 했다. 저녁 식사량을 줄였거나, 과격한 운동을 했을 때 발생한단다. 실은 그 전 주말에도 공복 운동이 끝난 뒤 어지러워 넘어지며 기둥에 볼을 스쳐 다쳤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정상적인 공복 혈당 수치는 70~100㎎/㎗다.
시작할 땐 식사 뒤 급격히 혈당이 오르는 현상만 궁금했다. 고혈당을 유지한 것이 살찐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목표는 혈당 그래프에 큰 출렁임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영양소가 고른 식사, 규칙적인 식습관,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는 ‘기본’을 다시 깨닫게 됐다.
흔들리지 않는 혈당 그래프 만들려면
사람마다 혈당이 치솟는 정도는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다를 수 있다. 내 경우 식후 2시간 뒤에도 혈당이 높게 유지됐던 음식은 피자였다. 여섯째날 저녁 6시반에 피자를 먹자 96㎎/㎗이었던 혈당이 1시간여 뒤 167㎎/㎗를 찍었다. 보통 2시간 뒤면 꽤 떨어지는 편인데도 133㎎/㎗를 유지했다. 식후 2시간 혈당 정상 범위는 140㎎/㎗ 미만이다. 시판 주스는 혈당이 가장 빠르게 올랐다. 오후 4시 80㎎/㎗에서 10여분 만에 113㎎/㎗까지 올랐다. 0㎉라고 광고하던 ○○바 아이스크림은 95㎎/㎗→121㎎/㎗로 30분 만에 혈당을 끌어올렸다. 의외로 김치전에 막걸리를 마시고 해장 라면까지 먹은 날 혈당은 최고 110㎎/㎗ 정도에 그쳤는데, 이는 포도당을 만드는 효소가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쓰이면서 저혈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휴가를 내고 많이 걸었던 여덟번째 날은 변화 폭이 크지 않고 평균 혈당도 100㎎/㎗(총 평균 105㎎/㎗)로 비교적 낮았다. 식사 순서를 바꿔,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식사를 하니 혈당이 덜 올라갔다. 좋은 습관이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 동기 부여가 된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먹은 음식 사진을 찍으면 앱에서 칼로리를 알려 주는 것도 편했다. 식탁 전체 음식을 찍더라도 먹은 양을 체크하면 계산해 준다. 열에 한 번꼴로 카페라테를 미숫가루로, 연두부를 요거트로 판독할 때도 있지만 ‘수정’을 누르면 그럴듯한 다른 음식을 제시해 주는데, 여기선 얼추 다 맞춘다. 부모님께 혈당 문제가 있을 경우 자녀도 알림을 받을 수 있으니 유용할 듯싶다. 공유 기능 덕택이다. 열흘치 센서와 서비스 이용 가격이 8만5000원~10만원 선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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