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 159㎞·왼팔 153㎞…양손투수 나타났다

심진용 기자 2024. 7. 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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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신인 드래프트 1R
사인자, 시애틀 유니폼
주란젤로 사인자. AP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애틀은 15일(한국시간) 열린 신인 드래프트 첫날 1라운드 전체 15순번으로 주란젤로 사인자(21)을 지명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퀴라소 출신 우완 투수다. 키 1m80에 몸무게 90㎏, 투수치고 키는 작은 편이지만 최고 구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공을 던진다. 여기까지만 해도 특이한 것 없는 평범한 투수 유망주.

그러나 사인자는 올해 드래프티들 가운데 가장 특별한 투수다. 전례 드문 양손 투수이기 때문이다. 오른팔로 159㎞를 던지고, 왼팔로는 153㎞를 던진다. 변화구도 양쪽 모두 무리 없이 던진다.

오른팔 구속이 더 빠르지만 타고 나기는 왼손잡이였다. 사인자가 오른팔로 공을 던지기 시작한 건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이다. 6살 무렵 그는 현역 시절 아버지처럼 포수를 보고 싶었다. 아버지는 ‘왼손잡이 포수’는 없다며, 투수를 노리라고 조언했다. 타자를 하고 싶다면 1루나 외야를 봐야 할 거라고 했다. 그 말에 오기가 생겨 오른팔로 던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금방 익숙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히려 왼팔보다도 더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사인자는 MLB닷컴 인터뷰에서 “오른팔로 던지는 게 금방 자연스러워졌다.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장 바깥에서도 사인자는 양손을 모두 능숙하게 사용한다. 물건은 주로 왼손으로 집어 들고, 글씨는 오른손으로 쓴다. 식사는 양손 모두로 가능하다. 때로 그를 알아보는 팬들이 ‘양손으로 동시에 사인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아쉽게도 그것까지는 무리다.

대학 시절 사인자는 좌타자를 상대로도 종종 오른팔로 던졌다. 오른팔 구위가 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시애틀은 사인자를 빅리그에서 양손 투수로 육성할 계획을 놓지 않았다. 본인 또한 “양손 모두 쓰는 MLB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루는 오른팔로 공 100개를 던지고, 그다음 날은 왼팔로 다시 100개를 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 사인자도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불가능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팔 뿐 아니라 코어와 하체 등 모든 신체 부위를 동원해야 공을 던질 수 있다. 다만 양손 모두 던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활용 폭이 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른팔로 선발 피칭을 했다가, 다음 선발 등판 전에 왼손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 또한 아예 불가능은 아닐 수 있다.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사인자 본인도 아직 모른다.

‘사인자도 양손 투수를 위한 여섯 손가락 글러브를 쓴다. MLB닷컴은 사인자가 색깔별로 네 가지 양손 투수 글러브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상대 타자에 따라 바로바로 바꿔 낄 수 있는 글러브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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