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밖에서 띄운 드론, 시속 110㎞로 날아 정찰·공격 [디펜스 포커스]
유럽 최대 방산전시 ‘유로사토리 2024’
파리서 우크라 키이우 드론 조종 시연
4K로 촬영 HD 화질로 실시간 전송도
중요 시설 테러부터 중계까지 활용 가능
드론 방어 ‘안티드론 시스템’ 관심 커져
허위 신호 생성 ‘스푸핑’ 활용 궤적 변경
하늘서 그물망 던져 잡는 방식도 개발
AI 접목·생산량 확대 등 새로운 화두로
최근 전장에서 드론이 수행하는 임무가 일반 항공기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것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조종이 가능해야 한다.
이달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방산전시회 ‘유로사토리 2024’에서는 2000㎞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이 주목받았다.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스카이톤은 실제 전장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사용되고 있는 무인기 레이버드를 공개했다. 스카이톤 관계자들은 파리에 있는 전시장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에 떠 있는 레이버드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것을 시연했다. 관람객들도 직접 레버를 왼쪽으로 돌려보니 지상의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마을 속 집들의 모습과 주차된 자동차의 종류까지 파악할 수 있었고, 1m 크기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과거에는 드론이 주로 감시, 정찰 임무만 수행했지만 최근 공개되고 있는 대다수의 드론은 무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탄약을 주로 생산하는 우리 방산업체인 풍산도 최근 차세대 방산 무기에 맞춰 탄약을 활용한 공격용 드론을 선보였다. 개발이 80% 정도 완료된 다목적 전투 드론(Multi-Purpose Combat Drone)은 고정익이나 멀티콥터형이 아닌 동축형으로 된 것이 특징이다. 전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듈을 결합해 용도를 바꿀 수 있다. 전투 지원, 감시정찰, 폭발, 철갑 관통 등 상황에 맞춘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처럼 산악지형이 많은 곳에서 유용하며 직충돌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개발 완료 단계인 탄약투하공격 소형드론도 선보였다. 세 발의 초소형 폭탄을 장착해 날아가면서 투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장시간 공중에 머물며 국경 감시, 시설 점검, 조기 경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테더드 드론(밧줄에 고정되어 전원공급과 통신 중계를 하는 고정식 드론)이나 수많은 자폭드론을 싣고 나를 수 있는 공격용 화물 드론 등 다양한 용도와 모양의 드론들도 눈에 띄었다.
◆드론으로 그물망 던져 적 자폭 드론 방어
드론만큼이나 안티드론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크다. 군집해서 날아오는 값싼 드론을 비싼 대공 무기로 방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어서다. 글로벌 항공우주업체인 ‘사프란’은 안티드론 시스템인 ‘스카이재커’를 출시했다. 스카이재커는 위성신호를 모방하는 허위 신호를 생성하는 ‘스푸핑’을 활용해 드론의 궤적을 변경시키고 목표와 벗어난 위치로 유도한다. 특히 드론을 활용한 다량 집중 공격을 방어하는 데 유리하다고 사프란 측은 설명했다. 스카이재커는 이동 유닛으로 배치될 수도, 육상 차량이나 해군 함정에 설치할 수도 있다.
최근 유로사토리 2024 전시장에서 파트리샤 베송 탈레스 AI 조사개발 연구소장은 “드론이 사람 없이도 스스로 구동될 수 있게 만들었다”며 “드론이 어디서 어떻게 행동할지 사전에 검토해 데이터를 입력하면 알아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탈레스가 구현한 기술대로라면 하나의 AI 시스템으로 19대의 로봇,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해 하나의 AI 시스템으로 여러 대의 드론을 날려 대응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병사도 쉽게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론 구동을 위한 복잡한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로헝 르티리에 전략마케팅팀장은 “하나의 화면만 보고도 드론 여러 개를 통제해 데이터를 모아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면서 “드론을 보내면 자동으로 적의 차량, 이동 경로, 그 안에 누가 있는지 등을 판단해서 정보를 보내면 모든 병사가 공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탄약처럼 사용되는 소모품 드론
현대전에서 드론의 역할이 커진 만큼 한국도 드론 생산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드론은 탄약과 같은 소모품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무기체계는 ‘드론’과 ‘포병’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두진호 연구위원과 송지은 연구원이 2월 공개한 ‘KIDA 국방논단’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추산한 상대측 피해 현황 데이터를 활용해 피해율을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군은 무인기 피해율이 11.48%로 가장 많았다. 러시아군은 포병 피해율이 13.4%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무인기 피해율이 11.92%로 측정됐다. 이는 전쟁이 지상전 위주로 전개되면서 러시아보다 포병 화력 운용 규모가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자폭드론 등을 이용해 러시아 포병 전력에 피해를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국방부는 개전 이후 무인기 생산량을 17배 가까이 확대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약 5만대의 FPV(영상송수신) 자폭드론을 생산했고 올해도 100만대가량을 추가 생산하는 등 공급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파리=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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