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역대급 폭우로 마을 쑥대밭된 예천…아직도 복구 덜 돼
"집밖엔 물이 차서 나갈 수가 없는데 물은 막 들어오지요. 이 구녕(구멍)도 없고 저 구녕도 없고 아무 구녕이 없어 탈출을 못해 이제 나 죽었다(고 생각했다)"
예천군 벌방리 주민 유순악(88)씨는 작년 수해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물을 닦았다. 4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켰던 유씨의 가게는 비와 토사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유씨는 주민들이 "살려달라"는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들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변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방리 박우락(64) 이장은 지난해 7월 15일 새벽 2시쯤 마을 인근 산 병목 구간에서 흙과 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고 회상했다.
지난해와 같은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해 예천군은 계곡 상류에 사방댐 9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사방댐은 토사가 하천의 하류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댐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완료된 곳은 4개뿐으로 완공되려면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피해 현장 복구도 진척이 더딘 상태다. 계곡과 인근 통행로의 토사를 치우려면 차량을 통제해야 하는데, 사방댐 설치 작업을 진행하려면 차량 통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예천군은 1년 전처럼 배수로가 막히지 않도록 1미터에 불과한 배수로의 폭을 5미터로 넓힐 계획이었지만 아직 공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시공사 선정과 주민설명회 등 절차를 밟느라 사업이 지연됐고 그 사이 다시 장마철을 맞게 됐다.
예천군은 벌방리 이외에 수해를 입은 다른 군 내 도로와 하천 등 현장의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복구율은 48.8%에 불과하다.
복구가 지연되면서 실제로 현재 예천군 명봉천 일대는 지난해 수해 이후 시간이 멈춘 듯 토사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산에서 쏟아진 바위들이 하천을 따라 부서진 나무 주위로 흩어져 있었고, 인부들이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나무를 옮기는 모습이었다. 인부들은 "올해 수해를 대비해 급하게 나무만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군 안전재난과 관계자는 복구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려는 현장이 사유지인 곳이 많아 동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의와 동시에 강제수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하천 구간이 긴데 완료가 돼야 공사 준공이 됐다고 기입할 수 있어서 대부분 완공됐더라도 사업 중으로 기록된다. 각 사업별 진행 현황으로 보면 70~80%씩은 완료된 상태다"고 설명했다.
호우 피해를 대비한 대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천군은 올해 호우 피해를 대비해 대피 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벌방리 주민들은 취재진이 방문했던 지난 4일까지 대피 훈련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박 이장은 "다음 주 열릴 주민 회의에서 어떻게 대피 훈련을 할지 구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해에 대비해 사전에 위험성을 평가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수 숭실대학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서 전문가를 동원해 산사태나 침수 등 재난에 대해 종합적으로 위험 평가를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예천군은 지난 5월에야 '산림안전대진단' 용역에 착수했고, 아직까지 완료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올해 장마철에도 호우 피해가 발생하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천군 관계자는 "4개월짜리 용역 사업이어서 아직 진행 중이다. 다른 시군도 하는 데가 있는 걸로 아는데 아마 완료된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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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정진원 기자 real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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