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요즘은 가로수길 대신 ‘세로수길’… 높은 임대료에 상권 골목 바뀐다

오은선 기자 2024. 7.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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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찾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는 텅 빈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신사역 일대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통임대 건물 월 임대료는 쉽게 얘기해서 가로수길이 월 5000~7000만원, 세로수길은 3000만원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가로수길은 심지어 20평대 작은 평수 매장은 있지도 않아서 세로수길 임대 수요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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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수길에 ‘제니’ 보러 관광객 북적
골목 하나 두고 가로수길은 ‘텅텅’
임대료 보증금 3배 차이… ‘나·다로수길’로 번지기도

“코로나19 이후로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해서 이렇게 됐죠. 이제 조금씩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차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안쪽 골목 식당이랑 가게들은 엄청 잘 돼요”(가로수길 인근 건물 경비원 A씨)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의 비어있는 건물들. /오은선기자

15일 찾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는 텅 빈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대로 초입부터 ‘임대 문의’가 붙은 공실 상가들이 오래 방치된 듯한 모습으로 줄지어 있었다. 가장 붐벼야 할 가로수길 중심엔 한집 건너 한 집씩 영업을 하고 있는 건물들이 보였다.

그러나 바로 안쪽 골목인 ‘세로수길’로 들어오자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신사동 ‘탬버린즈 신사 플래그십스토어’의 블랙핑크 ‘제니’ 사진 앞에는 일본과 중국 등 각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로 줄을 이었다. 제니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다. 세로수길을 따라 이어지는 잘 꾸며진 카페들은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없을만큼 붐볐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볼 수 있었다.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 일대. 블랙핑크 '제니' 사진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다. /오은선기자

신사역 8번출구에서 이어지는 가로수길(압구정로11길)과 세로수길(압구정로10길)은 고작 한 블록 차이다. 위치상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임대료에서 큰 차이가 난다. 유동인구가 많은 가로수길 중심 애플스토어 맞은 편에 있는 한 건물의 1층 임대료는 보증금 6억원에 월세 2800만원 수준. 전용면적은 175~180㎡ 사이다. 반면 세로수길 초입의 전용면적 190㎡ 1층 상가 임대료 가격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700만원이었다. 가로수길 임대 건물보다 면적도 넓을 뿐더러 보증금은 3분의1 가격 수준이다.

신사역 일대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통임대 건물 월 임대료는 쉽게 얘기해서 가로수길이 월 5000~7000만원, 세로수길은 3000만원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가로수길은 심지어 20평대 작은 평수 매장은 있지도 않아서 세로수길 임대 수요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 건물에 '통임대' 안내가 붙어있다. /오은선기자

가로수길 상권은 전통적인 관광객 상권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은 공실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집계한 올해 1분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6대 상권 중 가로수길 공실률이 41.2%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강남이 20.7%, 청담이 19.1%, 홍대가 14.4% 등으로 뒤를 이었는데, 이마저도 가로수길 공실률과 큰 차이가 났다.

특히 가로수길 상권은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기존 임차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상권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가로수길 대신 세로수길, 세로수길 대신 더 조용한 ‘나로수길’과 ‘다로수길’로 상권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가로수길을 사이에 두고 세로수길과 반대편에 위치한 나로수길에는 ‘랜디스 도넛’과 ‘브루클린 버거’ 등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있는 가게들이 곳곳에 있었다.

도산대로 인근의 B 공인중개소 대표는 “세로수길은 직장인들이 회식을 하는 음식점들도 많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 ‘핫플레이스’라면 나로수길과 다로수길은 젊은이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현지 음식점이나 편집샵 같은 가게들이 많은, 비교적 조용한 상권”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면서 신사역 일대가 조금씩 북적이고 있긴 하지만 이미 세로수길에 많은 것들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가로수길이 얼마나 살아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 일대. 관광객들이 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오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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