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쇼크] 항암제 시대가 저문다…이제는 비만⋅당뇨약 대세
특허 만료되는 항암제는 가격 인하로 매출 하락
향후 5년 안에 비만⋅당뇨약이 항암제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10년 동안 효과 좋은 항암 신약들이 출시되면서 암 정복에 가까워졌고, 이들 신약의 핵심 특허 만료마저 다가오면서 복제약이 제품 가격을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만 신약들이 만병의 근원인 비만을 해결하면 암 환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가 발간한 ‘2024 글로벌 제약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6조원 규모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방식의 비만 치료제 시장이 향후 137조원(1000억달러)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벨류에이트파마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한 오젬핌(당뇨약)과 위고비(비만약), 카그리세마(비만약), 미국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가 주성분인 마운자로(당뇨약), 젭바운드(비만약)가 제약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카그리세마는 아직 시판 전인 약으로, 세마글루타이드에 포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를 결합한 복합제로 현재 임상 3상 시험 중이다.
보고서는 오는 2030년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는 오젬픽이 차지할 것으로 봤고, 2위는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듀피젠트, 3위는 마운자로, 5위는 젭바운드, 7위는 위고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암제는 비만·당뇨약 열풍에 뒷전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2030년 10위권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항암제는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인 얀센의 다발공수종 항암제인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와 미국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두 개에 그쳤다. 이들은 각각 8, 9위를 차지했다. 미국 애브비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와 브리스톨-마이어 스퀴브(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늘 매출 1,2위를 다퉜지만 2030년 10위권에서 탈락했다.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물질 특허는 오는 2028년 만료된다.
보고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주요 약품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매출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는 제품을 찾아 움직이는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향후 10년 동안 MSD, 존슨앤드존슨, BMS의 특허 만료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항암제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효과 좋은 항암 신약들은 미국 시장에 나온 지 10년이 넘으면서,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바이오 의약품 가격 협상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 같은 의약품 매출 전망은 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추진하는 상위 유망 10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4개가 비만⋅당뇨약이었다. 1위를 차지한 카그리세마는 오는 2030년까지 연매출이 202억 달러(약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카그리세마의 현재 가치를 800억달러(약 110조원)로 추정했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하는 먹는 GLP-1 유사체 비만약인 오르포르글리프론은 2위로, 오는 2030년 연매출 83억달러(약 11조원)를 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가치는 약 340억달러(약 47조원)으로 추산됐다. 한 달에 한 번 맞는 GLP-1 유사체 주사제인 암젠의 마리타이드는 2030년 연매출 21억달러, 현재가치 124억 달러로 7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신경정신과 약물은 3개, 항암제가 2개, 호흡기 질환 치료제 1개가 10위권에 들었다. 신경정신과 후보물질로는 BMS의 정신분열증 치료제인 카르엑스티(KarXT)와 일라이 릴리가 알츠하이머치료제로 개발하는 도나네맙(키썬라)가 대표적이다. 항암제는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정맥 주사 대신 근육 주사제로 만든 MK-3475와 일본 다이이치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비만약 시장에 최초로 진출했지만, 새로운 비만약이 시장을 침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비만약의 경쟁력은 체중 감량 효과는 기본이고, 투약 편의성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벨류에이트는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인데, 주사 맞는 간격을 좀 더 늘리거나 먹는 약으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교류 원한다면 수영복 준비”… 미국서 열풍인 사우나 네트워킹
- 우리은행, ‘외부인 허위 서류 제출’로 25억원 규모 금융사고… 올해만 네 번째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