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해외상장을 할까
3년 전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이어, 지난달 네이버 자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WBTN)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주식시장 진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야놀자를 비롯한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해외 상장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고무된 분위기다.
2005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2016년 미국에 웹툰엔터테인먼트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2020년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미국 자회사를 본사로 바꾸고, 한국 본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소위 한국 회사를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는 플립(flip)을 한 것이다. 150개국에서 월 1억 7000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에도 약 2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K웹툰의 열풍에 힘입어 나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을 했다. 시가총액이 3조 7000억 원에 달하며, 상장을 통해 4400억 원이라는 거금을 확보한 것이다.
1994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 기업의 해외상장 건수는 총 37개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11, 나스닥 4, 런던증권거래소 14, 싱가포르 3, 도쿄증권거래소 3, 토론토증권거래소 1, 홍콩증권거래소 1건이다. 그러나 많은 회사가 다양한 이유로 상장폐지되어, 2023년 말 기준으로 해외 상장기업은 20개 정도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기업의 대부분은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로 미국과 영국에 동시상장(Dually-listed) 된 것이고, 실제 상장된 기업은 극소수다. 그나마 조 단위 이상의 시가총액은 쿠팡, WBTN과 일본에 상장된 넥슨 등 3개 회사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쿠팡은 처음부터 미국에 설립되었고, WBTN은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기 때문에 미국 회사가 미국 시장에 상장한 것이고, 넥슨도 2005년 본사를 한국에서 일본으로 플립 한 후 2011년 도쿄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일본 기업이 일본 시장에 상장한 것이다. 결국 국내 기업이 직접 해외시장에 유니콘 기업 가치 이상으로 상장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이다.
기업이 상장하는 주 목적은 자금조달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해 주는 시장에 상장을 하려고 한다. 나스닥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미래 수익 대비 평균 20.6배로 형성되어, 유럽 12.8배,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6배보다 월등히 높게 평가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선진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기업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올라가고 글로벌 사업 전개가 유리해진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문을 두드린다. 네이버는 지난 주총에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시장에 상장하는 이유는 브랜딩 효과와 인지도, 할리우드 제작사와의 협력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년 초부터 5월 말까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의 39%가 해외 기업이며, 미국 기업은 61%였다. 시가총액 기준 1위는 버뮤다의 크루즈 업체 바이킹 홀딩스, 2위는 핀란드의 아머 스포츠, 3위는 카자흐스탄의 핀테크 업체로 모두 해외 기업이었다. 이런 추세는 미국 시장이 기업가치를 더 높게 인정해 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작년에 전 세계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총 1298개로 2022년 1415건에 비해 8% 감소했으며, 총 조달금액은 1232억 달러로 전년 대비 33% 떨어졌다. 중국과 홍콩의 IPO 규모와 금액이 계속 하락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732개 기업이 상장했으며, 조달금액은 44%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주지역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53건의 IPO가 성사되었고, 조달금액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유럽, 중동, 인도, 아프리카(EMEIA) 지역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413건의 IPO를 했으나, 조달금액은 39% 감소했다. 금년 1분기에도 전 세계 IPO 건수는 287건으로 2023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이렇게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자본시장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으로의 쏠림 현상은 훨씬 가속화되고 있다.
국가별로 상장 심사기준은 다르다. 미국은 미래가치에 훨씬 높은 가중치를 두고 상장 여부를 시장에 맡기는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의 재무건전성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상장 심사기준 또한 굉장히 까다롭다. 그래서 기술 특례나 유니콘 특례상장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한국에서는 적자 회사가 상장 문턱을 넘기는 어렵다. 심사를 통과해도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다. 그래서 엄청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도 국내에 상장을 추진했다면 쉽지 않았을 거란 평가다. 또한 웹툰엔터테인먼트 역시 적자가 커서 국내에서는 상장 여부가 불투명했을 것이다.
결국 현재 재무 상태가 좋지 않고 미래 성장 가능성밖에 내세울 게 없는 유니콘이나 스타트업 등 첨단 기술기업, 혁신기업이 지속성장을 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은 해외상장이 유일하거나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된다. 또한 비즈니스가 주로 해외에서 일어나고,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주 무대에 상장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현대차 인도법인이 인도 증시에 상장하거나, 해외 매출이 많은 야놀자가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해외 상장은 매우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일단 해외시장에 상장을 해야 하는 당위성이 확고해야 한다. 그리고 한다면 어느 시장에 할 것인가도 명확해야 한다. 단지 회사의 희망사항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각 시장 별 장단점 및 상장요건을 철저히 분석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우선 지리적, 문화적 근접성, 배후시장도 고려하여 상장하려는 회사와 친숙한 자본시장이 어디인지 파악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적 환경, 세법, 밸류에이션, 상장 신청 및 유지 비용, 금융시장 인프라, 자본시장 유동성, 산업별 특화된 분야 파악, 기업지배구조 및 사외이사 제도와 같은 요건을 등을 모두 평가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증시는 입성도 쉽지만 퇴출도 쉽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적이 부진하거나 일정 기준에 미달되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냉정하게 시장에서 내보낸다. 그래서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한국계 회사는 웹툰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하여 그라비티, 더블다운 인터랙티브, 한류홀딩스, 캡티비전 등 5개지만, 웹젠, 픽셀플러스, 와이더댄, 지마켓, 미래산업, 두루넷, 하나로텔레콤, 이머신즈, 피에이치파마 등 많은 기업이 상장됐다가 폐지됐다. 작년에 상장된 한류홀딩스는 현재 주가가 0.2 달러 대에 머물고 있어서 상장폐지 경고를 받은 상태다.
한편, 쿠팡은 2021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1% 상승하며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14개월 만에 최고가 대비 85%나 폭락했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는 다시 올랐으나, 7월 15일 현재 21.8 달러로 최고가 대비 60% 이상, 공모가(35 달러) 기준 37% 떨어진 상태다. WBTN도 지난달 27일 나스닥에 공모가보다 9.5% 상승하며 순탄한 출발을 보였지만. 7월 15일 현재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상장은 끝이 아니라 진검승부의 시작이다. 그래서 어디에 상장하는가 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빅마켓으로 진출하려면 세계 최고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K기업을 응원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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