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사업구조 개편 성공 변수, 에너빌리티에 쏠리는 눈

하지나 2024. 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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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전체 영업익 97% 두산밥캣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100% 자회사로 편입 추진
에너빌리티 주주동의 관건..주가 추이 관심
최대 수혜는 로보틱스, 안정적 배당금 확보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연결손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만큼 주주들의 동의를 얼마나 얻어내느냐가 이번 개편안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두산밥캣 떼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동의 관건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하고, 신설 투자회사를 두산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하는 개편안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두산그룹은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개 부문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인적분할 및 합병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을 대가로 지급받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 100주를 기준으로 존속법인 지분 약 75주와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3주를 받는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 지분 교환을 통해 100% 지분을 확보한 후 상장폐지할 예정이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1주당 약 0.63주의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게 되며, 원치 않을 경우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행사 예정가는 주당 5만459원이다.

두산그룹의 사업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동의가 관건이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 내에서도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지난해 두산밥캣은 영업이익 1조3899억원으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7%를 차지했다. 현재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로, 지분 46%를 보유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떨어져 나가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나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반대 의사를 표출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청구금액이 6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이사회를 통한 변경 또는 계약 해제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할합병비율과 주식매수청구가격을 감안하면 지난 12일 종가 2만900원 기준으로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16만4000원 이상이거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반대매수청구가격인 2만850원을 초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2만1600원, 두산로보틱스는 9만3000원에 장 마감했다. 현실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향후 주가 추이가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이르면 이번주 중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전력공사와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너빌리티, 재무개선…로보틱스, 안정적 현금 확보

사업 개편 이후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0%를 보유하고 에너빌리티가 다시 밥캣 지분 46%를 보유하면서 실질적인 지배력은 13.8%에 불과했지만 개편 후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 지배력은 42%로 늘어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합병 승계재산 목록을 보면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지분(46.06%) 2조1980억원, 선급비용 17억원, 이연법인세자산 56억원 등 2조2053억원의 자산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가져가는 대신 유동부채 2556억원, 유동성장기부채 2491억원, 사채 3986억원 등 7243억원가량의 부채도 함께 가져오게 된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는 골프클럽을 운영하는 두산큐벡스를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에 3709억원에 처분하고, 금융투자업을 하는 D20캐피털LLC를 두산로보틱스에 644억원에 매각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약 1조2000억원 가량 차입금 감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둔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안정적인 배당금 확보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두산밥캣은 1553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편안의 최대 수혜는 두산로보틱스”라며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선진시장 고객 접점을 활용하고 안정적인 실적 및 현금흐름을 보유한 자회사를 통해 배당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등 로봇사업에서 재무적 성과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나 (hjin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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