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로스터 유지’도 김하성 뿐..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코리안리거들의 전반기[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전반기가 끝났다. 코리안리거들도 힘겨운 전반기를 마쳤다.
2024시즌 메이저리그는 7월 15일(한국시간) 전반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17일 '별들의 축제' 올스타전을 치르고 짧은 휴식을 취한 뒤 20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코리안리거들도 전반기를 마쳤다. 올시즌 전반기 코리안리거들의 성과는 만족과는 거리가 멀었다. 냉정히 누구도 돋보이지 못한 전반기였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KBO리그로 돌아왔지만 올시즌 코리안리거들에 대한 기대는 컸다. 지난해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기량을 만개시킨 김하성(SD)이 있었고 메이저리그의 문을 새로 두드린 이정후(SF)와 고우석(MIA)도 있었다.
그나마 의미있는 전반기를 보낸 선수는 김하성 뿐이다. 김하성은 전반기 97경기에 출전했고 .226/.327/.375 10홈런 40타점 18도루를 기록했다. 삼진이 줄어들고 볼넷이 근소하게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지난시즌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52경기에서 .260/.351/.398 17홈런 60타점 38도루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던 김하성이었다. 올시즌 김하성의 성적은 오히려 2022시즌(150G .251/.325/.383 11HR 59RBI 12SB)에 더 근접해보이기도 하다.
다만 그저 부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 지난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확실하게 인정을 받은 수비력은 올해도 여전히 견고하다. 지난해 2루수를 주로 소화했던 김하성은 올해 유격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수비력은 여전하다.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에도 변화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4.5% 이하에 그쳤던 배럴타구 비율이 올해는 5.3%까지 올랐고 매년 시속 87마일 미만이었던 평균 타구속도도 올해는 시속 88.1마일로 올랐다. 지난해 리그 하위 3%(26.7%)에 그쳤던 강타비율도 올해는 리그 평균 수준으로 올랐다(36.5%).
드러난 성적은 아쉬웠지만 강점을 유지한 가운데 기대를 품을만한 부분도 보이는 것이다. 지난 2년보다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가 크게 낮아진 만큼 조금만 더 운이 따른다면 후반기 타격 성적이 반등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 계약이 올해로 끝나는 '예비 FA'인 만큼 좋은 성적을 써야할 이유도 충분하다. 후반기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한 이정후는 포스팅으로 빅리그에 도전했고 오프시즌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이 2013시즌에 앞서 맺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아득히 뛰어넘는 한국인 역대 포스팅 최고액 계약이었고 일본 프로야구 스타들도 넘어선 아시아 야수 포스팅 역대 최고액 계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후도 크게 빛나지는 못했다. 신인왕 후보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이정후는 5월까지 37경기에 출전해 .262/.310/.331 2홈런 8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삼진을 당하지 않는 능력은 KBO리그 시절과 다르지 않았지만 다른 성적은 완전히 달랐다. KBO리그에서는 7년 연속 3할타율을 기록하며 통산 .340/.407/.491 65홈런 515타점 69도루를 기록한 이정후였다.
속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메이저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이정후는 5월 중순 수비 도중 펜스와 충돌해 어깨 부상을 당했고 결국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마쳤다. 단 37경기로 데뷔시즌을 마친 이정후는 KBO리그 최고 타자의 기량 증명을 내년 시즌으로 미루게 됐다. 아직 계약기간이 5년이나 남아있지만 첫 시즌이 실망스럽게 끝났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고우석은 더 심각했다. 지난해 LG 트윈스의 29년만 우승을 함께한 뒤 포스팅을 신청한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입단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부터 부진했고 3월 서울 시리즈를 위해 방문했던 고척돔에서 개막 로스터 탈락이 확정되는 아픔을 겪었다.
트리플A도 아닌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한 고우석은 더블A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쓰지 못했고 5월 초 샌디에이고가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를 영입하며 유망주들과 함께 마이애미로 이적했다. 마이애미에서 트리플A팀에 합류한 고우석은 여전히 인상적이지 못했고 5월말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되는 아픔도 겪었다. 이후 계약 이관으로 완전한 마이너리거가 된 고우석은 최근에는 다시 더블A로 강등됐다.
마이너리그에서 합계 28경기 3승 2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한 것이 전반기 고우석의 성과였다. 내년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장받게되는 고우석이지만 지금같은 모습이라면 오히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독이 돼 메이저리그 데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가 결코 밝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류현진이 한국으로 복귀하며 코리안리거의 '맏형'이 된 최지만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있다. 지난시즌을 샌디에이고에서 마친 최지만은 2월 뉴욕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스프링캠프에 초청돼 참가한 최지만은 시범경기에서 부진했고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트리플A에서도 26경기 .190/.317/.357 4홈런 12타점으로 부진했고 부상도 경험했다. 6월 초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메츠를 떠났지만 새로운 계약을 맺지 못하고 7월 중순을 맞이했다. 후반기에도 그리 전망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또 한 명의 코리안리거 배지환(PIT)도 올시즌 기대를 모았다. 배지환은 지난해 빅리그에서 111경기에 출전해 .231/.296/.311 2홈런 32타점 24도루로 활약한 배지환은 올해는 더 입지를 굳히며 주전으로의 도약을 노렸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5월 중순 복귀했지만 전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8경기에서 .208/.269/.208 2타점 2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친 배지환은 6월 초 손목 부상을 당해 이탈했고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올시즌 트리플A에서는 44경기 .354/.435/.488 4홈런 23타점 10도루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부름이 없는 상태다.
코리안리거들이 투타 양면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전반기를 마치는 시점에 메이저리그 로스터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도 김하성 단 한 명 밖에 없다. 코리안리거들의 전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웠다. 과연 코리안리거들이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 후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위부터 김하성, 이정후, 고우석)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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