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총' 대신 '무역'으로 전쟁…"중국 압박에 한국 피해볼 수도"
국내 전문가들이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대비한 경제·통상 정책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총격을 당한 이후에도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쇠약한 이미지의 조 바이든 대통령에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대(對)중국 무역 압박에 따라 우리나라도 무역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미국은 어느 행정부가 들어서든 '자국 우선 경제·통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경제·통상 정책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 감소를 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노력에는 동맹·비동맹의 구분이 없을 것"이라며 "결국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관련 무역 장벽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거래중심적 동맹관'과 '미국 우선 통상 정책'을 토대로 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세적인 경제·통상 정책에 맞서기 위해선 경제적 이해관계를 토대로 우리의 실익을 담보하는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시절 보다 더 전면적으로 중국과 경제 디커플링(decoupling·단절)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앞으로는 60% 관세 부과를 예고하기도 했다. 중국 의존도와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트럼프식 정책이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원의 설명이다.
외교원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와 철강·자동차 분야에서 통상 문제가 생겼을 땐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서 문제를 풀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이익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길 경우 한미동맹 전반을 아우르는 접근법보단 해당 분야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토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은 오랜 기간 전통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경제·산업을 견제해 공급망이 재편된다면 한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도 한미동맹의 내구성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거래 중심적 동맹관'에 기초한 보다 공세적인 한미 관계가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집권 시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등을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4월 3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군사적으로) 불안정한 위치에 4만명(실제 2만8500명)의 군인이 (한국에) 있다"며 "이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안보 무임 승차론'을 언급했지만 2021년 기준 한국은 매년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1조원 이상을 부담 중이다.
방위비 분담금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지만 중국·러시아·북한 견제를 위한 '한국의 핵무장론' 필요성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를 모색할 것이기 때문에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 분야에서 한미 협력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면 바이든 행정부처럼 전략핵잠수함을 한국에 수시로 입항시키진 않을 것"이라며 "핵 잠수함의 공동 개발·운용을 위한 한미일 3자 컨소시엄(협의체)을 구성해 한국이 북한 잠수함, 일본이 중국 잠수함 위협을 견제하는 방식의 논의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 선거분석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서 대선 승리 확률이 기존 8.4%포인트(P)에서 64.7%P까지 올랐다. 또 7개 경합주인 위스콘신,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등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과 대조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인함이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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