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칼럼] 서울 시내에 노른자위를 쌓자

여론독자부 2024. 7. 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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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주택 안늘어 혼잡비용 그대로, 집값은 급등
신도시만 개발, 청년 장거리 출퇴근 강요
서울 공급 늘려 '흰자위 세대'에 희망 줘야
[서울경제]

자식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도 있지만 지금도 청년층을 포함한 많은 인구가 꾸준히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것은 도시가 주는 경제·문화적 가치 때문이며 이 가치는 도시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인구가 많아질수록 더 높아진다.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현상인데, 거주 수요가 몰리면 도시의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공급 증가와 혼잡비용 상승이라는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면 집값은 적정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다. 가격이 오르면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그만큼 거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인구밀도가 높아져 도시가 붐빌수록 생활의 불편함이 더해지는, 소위 혼잡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매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인구집중과 집값 오름세도 자연스럽게 둔화된다. 이와 같은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한 폭발적인 인구집중이나 집값 상승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할 정도로 높아졌고 경제가 호경기가 아닌 현시점에도 집값 오름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배경에는 시장원리를 간과하고 규제와 개입으로 일관해온 정부 정책이 있다. 그간 정부는 서울로의 집중과 집값 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서울시 내 주택 공급은 최대한 억제하고 그 대신 외곽에 다수의 신도시를 개발해 주거 수요를 분산시켜 왔다. 이에 따라 신도시가 집중된 경기도의 주민은 1992년 660만여 명에서 2023년 1360만여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서울 인구는 1090만여 명에서 940만여 명으로 14% 감소했다. 서울 인구가 감소했으므로 성공한 정책이라 자평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인구집중지역이 서울 외곽으로 바뀌었을 뿐 서울 집값 안정에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이미 말했듯이 도시가 주는 경제·문화적 가치는 그 도시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인구에 따라 높아진다. 그런데 그 인구에는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인구도 포함되기 때문에 주변 신도시가 개발될수록 서울의 경제·문화적 가치는 높아지고 주거 수요도 늘어난다. 문제의 핵심은 이때 서울에서 주택 공급은 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새로 주택이 공급돼 인구가 유입됐다면 혼잡비용 때문에 집값 오름세가 진정되는 균형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 공급이 늘지 않아 혼잡비용은 그대로이므로 서울의 경제·문화적 주거 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집값도 덩달아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서울 인구가 감소했다는 점은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인구유입이 막혀 있었다는 뜻이며 혼잡비용도 오르지 않아 집값이 계속 올랐다는 뜻이다. 즉 서울의 주택 공급 제한과 신도시 개발이라는 정책 패키지는 신도시 입주민에게는 장거리 출퇴근의 불편을 강요하면서 서울 주민에게는 쾌적한 주거 환경을 보존해주는 이중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신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사회초년생은 자신들을 흰자위 세대라고 자조한다. 서울이라는 노른자위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멀리 떨어진 흰자위에 살아야 함을 빗댄 것이라고 한다. 노른자위는 그대로 놓아두고 신도시 개발로 흰자위를 계속 넓혀갈수록 노른자위 집값은 더 오르며 흰자위 세대에는 노른자위 입성의 실낱같은 희망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서울로의 인구집중은 막기도 어렵지만 사실 굳이 막을 이유도 없다.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도시와 지역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 인류의 역사였고 혁신의 가능성이 대도시에서 더 높다는 것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놓쳐서는 안 될 점이다.

발전과 혁신에 대한 기대가 높은 서울로 모여드는 이들을 계속 멀리 떨어진 신도시로 밀어내는 것이 효율적일 수는 없다. 또한 우리 청년들이 화목하게 가정을 꾸리는 꿈을 키워나갈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노른자위 공급은 반드시 늘려야 한다. 땅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노른자위는 위로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층수를 높이면 노른자위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부자에게만 이득일 뿐이라는 편견과 이념에 매몰돼 있는 한 서울 노른자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사회초년생들은 계속해서 멀리 떨어진 흰자위로 밀려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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