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 ‘반도체 8인치 라인’ 집단산재 신청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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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가운데 가장 노후한 기흥사업장의 '8인치 라인' 노동환경에 대해 노동자들과 회사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8인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임금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집단 산재 신청을 진행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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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사용 제약·산재신청 압박 환경 개선 나서
“몇달씩 병가를 쓰기도 했지만 산업재해 신청을 해본 적이 없다.”(삼성전자 기흥사업장 8인치 반도체 생산라인 14년차 노동자 ㄱ(33)씨)
“8인치 생산라인의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고 산업재해가 신청된 적도 없다.”(삼성전자 관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가운데 가장 노후한 기흥사업장의 ‘8인치 라인’ 노동환경에 대해 노동자들과 회사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15일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무기한 파업이 2주차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이 또 하나의 노사관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해 8인치 라인에서 14년째 일하는 ㄱ씨는 “예전에 산업재해 신청을 한 선배가 있었는데, 관리자에게 질책을 듣고 인사평가도 안 좋게 받은 적이 있다”며 “불이익을 입을까 봐 산재 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허리디스크와 하지정맥류 시술을 받았고, 올해 양쪽 손목에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낮밤을 바꿔가며 교대근무로 3~5㎏의 웨이퍼 뭉치(롯)를 반복적으로 운반하며 얻은 질병인데, 수개월 병가를 쓰기도 했지만 산재 신청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도 산재 미신청의 주된 이유로 ‘불이익 우려’가 꼽혔다. 지난 3월 전삼노와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발표한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 실태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 노동자 761명에게 산재 미신청 사유를 물으니 ‘증상이 미약해서’(39.1%)라는 답변에 이어 ‘불이익이 걱정돼서’(26.0%)라는 답이 많았다.
반면 삼성전자 쪽은 이러한 주장을 적극 부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이 산재 신청 시 적극 지원한다”며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경우 또는 휴업이 발생한 사고의 경우 산재 신청을 안내하고 있어, 신청했다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적 관리 감독자에 대한 산재 프로세스 안내 교육도 매년 진행하고 있고, 근골격계 부담 작업에 대해 3년마다 정기 점검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차 사용 환경과 관련해서도 노동자들은 회사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노동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같은 공정에서 근무하는 같은 근무조 20여명은 6개월~1년치 근무계획표를 바탕으로 휴가 일정을 짜는데, 하루 연차 인원이 1~2명으로 제한되고 있다. 누가, 언제 휴가를 쓸지는 제비뽑기나 사다리타기, 가위바위보 등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부족한 인력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주장이었다.
2011년에 입사한 ㄴ씨는 “제대로 밥 먹기 힘들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데, 휴가를 쓰면 남는 사람이 힘들어져 자연스럽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사 4년차인 ㄷ씨도 “입사 이후 계속 인력 부족과 휴가 사용 문제가 건의사항으로 거론돼왔는데,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자동화가 덜 돼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은 ‘8인치 라인’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8인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임금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집단 산재 신청을 진행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삼노가 8인치 라인 앞에서 연 ‘파업 홍보 행사’에는 300여명이 참가해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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