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만명 결국 안 돌아왔다…의사들 "의료 붕괴" 경고
정부 "전문의 병원 속도내겠다"…의료계 "가능성 없다"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결국 전공의들은 꿈쩍도 안 했다. 1만여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은 이번에도 정부와 병원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의료계는 이대로라면 전공의들의 침묵은 하반기 모집 때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전공의들이 내년 3월에도 복귀할 수 없게 되는데, 의료계는 이 같은 상황이 결국 의료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15일까지 복귀·사직 여부에 대해 답해달라'는 수련병원들의 요청에 결국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응답을 한 소수의 전공의도 거의가 '사직 처리를 해달라'는 연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이번에 복귀하겠다는 전공의는 한 자릿수로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전공의들은 모두 답변이 없었다. 다른 병원 상황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도 "한두 명 정도 복귀하겠다고 하고 나머지 한두 명도 사직하겠다고 답한 게 전부다. 나머지는 다 무응답"이라고 했다.
12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하고 있는 전공의는 1111명(8.1%)이다. 이 상태라면 전체 전공의 1만 3756명 가운데 1만 2000명가량을 일괄 사직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인다.
전공의들의 복귀는 차치하고 응답률조차 저조한 결과를 보이자 서울대병원은 15일 정오까지 받기로 했던 전공의들의 사직·복귀 여부를 밤 12시까지로 연장하기도 했다.
예상 보다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병원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복귀 여부를 취합한 뒤 당장 17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TO)을 확정해달라고 요청을 한 상황에서 응답이 없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해야 정원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초 주요 수련병원들은 15일 정오까지 전공의들의 사직·복귀 여부를 파악한 뒤 무응답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사직서를 일괄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수들의 반발로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다수의 병원들이 일괄 처리하는 쪽으로 정했지만 사직 시점에 대해서 내부 교수들의 반발이 있어 설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 처리하는 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및 40개 의과대학, 78개 수련병원 교수 대표들도 성명서를 내고 "개별 전공의의 복귀·사직 여부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는 것은 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패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수들은 또 사직 처리를 하게 될 경우 사직 시점은 전공의들이 원하는 2월 말로 수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15일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병원 측에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로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2월로 수리된다고 해도 9월로 예정된 하반기 모집에 응시할 전공의는 거의 없을 거라는 점이다.
한 의대 교수는 "하반기 모집에서 지방 전공의가 서울 병원에 응시할 수 있게 한다고 해도 지원할 전공의는 없을 것"이라며 "지방 전공의들이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빅5 병원에 몰릴 거라는 전망은 현장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사직 전공의도 "이게 말이 쉽지 의료 수련은 도제식인 데다 바닥도 좁은데 그렇게 들어온 전공의들이 환영받으며 일할 수 있겠느냐"며 "퇴근이라도 있으면 참으면서 일할 수 있겠지만 전공의들은 병원에서 사실상 사는데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정부가 복귀와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수련 특례'를 9월 모집에 한해서만 적용하기로 하면서 내년 3월 전공의 모집에는 응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전공의가 없는 상황 속에서 운영을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정부는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해 이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의료개혁특위도 이에 대해 논의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병상을 최대 15% 줄이고 중환자 중심 입원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하지만 병원들은 "불가능한 소리"라고 일축한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말은 좋지 중증 경증을 나누는 기준도 애매할뿐더러 전문의를 채용하는 데 드는 돈은 어떻게 지원해 줄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당장 현실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병원 경영은 더욱 악화해 지방부터 줄도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충남대병원은 15일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의정 갈등으로 재정이 바닥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병원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급하니 빅5라도 살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결국 모두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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