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공의 모집 때 '권역제한' 풀까 말까…정부의 딜레마
교수들 “빅5에만 지원자 몰릴 것…필수의료 무너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9월 전공의 모집 때 지방 소재 수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들이 같은 권역으로만 지원할 수 있는 '권역 제한'을 해제할지 여부를 두고 정부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수련병원장들에게 7월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사직 후 올 하반기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의 경우 '1년 내 같은과, 연차로 복귀 할 수 없다'는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더해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권역별 제한을 푸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련병원이) 17일까지 (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는 것을 보고 (권역 제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만약 전공의들이 권역 제한을 해제한다면,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는 전공의들은 다른 병원에서 같은 과목, 연차로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다.
사실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권역제한을 풀면 '빅5' 병원으로 지원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에 역행하는 결과다. 정부가 의사들의 거센 저항을 무릅쓰고 의대증원을 강행하는 것 또한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회복하자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권역제한 해제는 정부의 의대증원 명분을 거스르는 셈이 된다.
현재 빅5 병원은 중증, 난치, 응급 환자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이탈로 빅5 병원의 하루 평균 입원, 수술 건수는 지난해 대비 약 20~30% 감소했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충원되면 의료대란은 막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튿날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하반기 수련에 지원하는 전공의의 경우 동일 권역에 한해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지방에 있던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역 필수의료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권역 제한' 해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전날(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역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정책이 나온 이유는 '빅5' 병원이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빅5'가 흔들리게 되면 응급 질환들이 해결이 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지역 제한을 풀게 되면 지역에 있는 전공의 선생님들 중에서는 '빅5' 병원으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지역 균형 의료, 필수의료를 유지하는 데 올바른 정책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의료 공백이 생긴 것이 아니고 의료 공백을 유발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세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도 "권역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전공의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있어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정부는 지역의료·필수의료는 강화한다면서 당장 상급종합병원의 인력을 채우기 위해 지방의 사직 전공의들이 수도권 '빅5' 등에 지원할 수 있도록 권역 제한을 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에서 '전공의 복귀 대책'에 대해 "올 하반기 전공의 복귀율을 최대한 올리고 빅5 병원만 전공의를 채우면 된다, 지역의료든 사람 살리는 의료든 나 몰라라 하겠다는 얘기"라며 "정부가 지역 의료를 철저히 망가뜨리고, 국가의 의료기반을 무너뜨리는 일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내과 교수도 "전공의, 의대생과 대화를 통해 필수의료를 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지방 소재 대학병원도 인기과에만 전공의들이 몰려 일부 과는 '폐과'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각 수련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전날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확인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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