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정치’ 자성론의 아이러니… 혐오 부추긴 트럼프가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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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증오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게다가 '혐오 수사'를 일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행적 반성 없이 '증오의 정치'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역설적 상황은 더 큰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이러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오의 정치' 대가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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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총격 명령” 등 정치 공세 잇따라
암살 시도서 ‘살아남은 순교자’ 이미지 활용
트럼프, 전당대회 앞두고 ‘통합’ 강조했지만
‘보수 대통합’일 뿐… “미국 분열·갈등 계속”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증오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반대편을 ‘적’이나 ‘악’으로 몰아붙이며 거칠게 비난하는 문화가 결국 정치 테러로 현실화했다는 반성이다.
그러나 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극심한 분열이 고착된 미국 사회의 ‘정치적 전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혐오 수사’를 일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행적 반성 없이 ‘증오의 정치’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역설적 상황은 더 큰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극단 언행 멈추자"는 존슨 의장... 공염불 그칠 듯
마이크 존슨(공화) 하원의장은 14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극단의 언행을 줄여야 한다. 대립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 모두에 대립의 정치가 심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첨예한 정치적 논쟁을 이어갈 수 있으나, 그것이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염불에 불과하다. 당장 공화당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운동이 트럼프 암살 시도로 직접 이어졌다”(JD 밴스 상원의원), “바이든이 총격을 명령했다”(마이크 콜린스 하원의원)는 식의 근거 없는 정치 공세가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선거자금 기부 권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 사건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선 승리 확률 64.7%... 지지 선언 잇따라
특히 ‘박해받는 순교자’ 이미지 부각은 그 결정판이다. 피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의 파괴력은 놀라울 정도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치켜든 주먹은 역사를 만들었다”고 짚었다.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역사학과 교수도 WP에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상징’이 되고, 그는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순교자’로 대중에게 각인됐다”고 말했다.
효과는 뚜렷하다. 13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 이어, 이날에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먹질 사진’을 새긴 17달러(약 2만4,000원)짜리 티셔츠도 온라인 상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선거분석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확률이 이틀 사이 8.4%포인트 올라 64.7%가 됐다”고 밝혔다.
아이러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오의 정치’ 대가라는 사실이다. 2020년 대선 패배 후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 이듬해 1월 6일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주민들을 겨냥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는 치유를 촉구할 것인가, 상처에 소금을 뿌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피격 직후 ‘싸워라(Fight)’고 외친 게 그의 본능”이라고 지적했다.
통합 강조한 트럼프 "연설문 수정"... '분열 완화' 징후 없어
변화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은 나라 전체와 세계를 함께 뭉치게 할 기회”라고 밝혔다. 전당대회 연설문도 수정했다며 이례적으로 ‘통합’을 강조했다. ‘허공 주먹질’에 대해선 “내가 괜찮다(OK)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언어를 구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를 감안할 때, 이날 언급한 통합은 결국 ‘보수 지지층 대통합’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WP는 “분열 완화의 징후는 없고, 증오를 부추기는 정치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랜드대 테러 연구자인 마이클 젠슨은 “미국은 지난 수년 사이에 ‘양극화’에서 ‘양극화+과격화’로 이동했다. 후자는 폭력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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