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을 미식 도시로”… 백종원 손잡고 특화요리 개발
과일막걸리로 전통-현대의 맛 조화
민물고기튀김 핑거푸드 개발하고, 비건 먹거리-사찰음식 선보이기로
더본코리아와 청년 인재 양성 협약… 내년 4월 외식산업개발원 개원도
전남의 관문이자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인 장성군이 ‘음식관광 1번지’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음식과 천혜의 관광자원을 접목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남도를 대표하는 음식 명소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 ‘5대 맛거리’로 관광객 유치
장성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 천년고찰 백양사, 축령산 편백숲, 장성호 수변길, 황룡강 꽃길 등 뛰어난 관광자원이 많다. 장성군은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려면 음식이 특화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성의 맛’을 개발해 관광 수요를 주민 소득과 연결되도록 2026년까지 100억 원을 들여 5대 권역에 음식 특화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5대 맛거리 조성 사업 타당성 분석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용역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5대 맛거리 후보지는 △황룡강(황룡전통시장) △장성호(미락마을) △백양사 △장성역 △삼계면 택지지구 등이다.
황룡강 상권은 전통과 현대의 맛이 조화를 이루는 추억의 시장 골목을 주제로 국밥, 시장국수, 과일막걸리, 사과파이 등을 대표 메뉴로 개발한다. 여름에 황룡시장 레트로(복고풍) 축제를 열어 시장 활성화에도 나선다.
장성호 미락마을은 오래전부터 민물고기 요리로 특화된 곳이다. 잘 알려진 메기탕, 장어정식 외에 민물고기튀김 등 한입에 먹기 좋은 핑거푸드를 개발하고 민물축제도 연다. 백양사 상권에는 비건(채식) 먹거리와 템플푸드타운이 들어선다.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샐러드, 포케, 샌드위치 등 메뉴를 선보이고 봄에는 사찰음식 축제를 열어 미식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장성역 앞 상권은 기차를 주제로 한 남도음식문화거리로 꾸민다. 무궁화공원 플리마켓과 연계해 남도 대표음식을 개발하고 사과타르트, 밀키트, 프랜차이즈 메뉴 등 1030세대를 겨낭한 음식거리를 조성한다. 삼계면 택지지구는 인근에 육군 최대 규모 군사교육시설인 상무대가 자리한 여건을 최대한 살려 ‘아미(군대)스트리트’를 조성하고 닭코스 요리, 삼겹살, 허니건빵, 사과탕후루, 사과파운드케이크 등을 대표 메뉴로 내놓는다.
장성군은 상인들을 대상으로 후보지별로 특화거리 설명회를 열고 선진지 견학도 할 예정이다. 일정 지역 10개 이상 음식점이 상인회를 조직해 군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의 후 지정한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백양사 사찰음식처럼 장성의 청정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 콘텐츠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지역성을 살린 메뉴를 개발하고 음식 관광에 대한 역량을 쌓으면 남도음식의 메카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 ‘백종원이 온다’ 장성 들썩
장성군은 미식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도 손을 잡았다.
내년 4월 개원 예정인 더본코리아 산하 외식산업개발원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음식 개발과 외식 분야 청년 취·창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장성읍에 있는 노인복지회관을 리모델링해 종합 요리 실습장, 상담실, 베이커리 강의실, 카페 강의실, 스튜디오 등을 갖춘다.
장성군은 외식산업개발원이 들어서면 지역 음식문화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인력 양성과 창업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까지 다방면에서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성군은 지난해 9월 더본코리아와 업무협약을 한 이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상무대에서 장성산 식재료로 만든 ‘군 급식 메뉴 품평회’를 여는가 하면 올 4월 청년 셰프, 지역 외식업 종사자들과 함께 상무대에 상생급식을 제공하며 더본코리아가 축적한 단체급식 시스템을 전수하기도 했다.
이어 더본코리아와 장성먹거리통합지원센터, 호남대 산학협력단, 장성하이텍고, 숭의과학기술고, 외식업중앙회 장성지부, 백련동 편백농원이 청년 외식 창업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더본코리아는 장성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 제안과 청년인력 양성을, 장성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지역 먹거리의 유통 활성화를 맡는다. 지역 외식업체는 청년 식생활 상생 공동체 연결 체계를 구축하고 학교는 청년 외식업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협력사업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주민들은 먹거리가 부족한 장성에 유명 외식 연구가가 투입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정재우 황룡시장 상인회장(62)은 “예산시장을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백종원 씨가 온다면 분명 뭔가 달라질 것”이라며 “시장이 100년이 넘은 만큼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잘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시장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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