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린’ 올림픽 종목‘… 불혹의 K-비보이’ 뜬다
신설 브레이킹 올림픽 출전 김홍열
2006년 ‘레드불’ 한국 선수 첫 우승… 부상으로 왼팔 마비 “춤 포기할 뻔”
팔 회복되며 韓 유일 ‘파리행 티켓’… 젊은 해외 비보이 15명과 메달 경쟁
파리 올림픽 개막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50명) 이후 가장 적은 144명의 선수가 22개 종목에 출전한다. 성적 전망은 밝지 않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개 정도를 예상했다. 역시 몬트리올 대회(금 1개) 이후 가장 적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는 승부, 승패를 떠난 감동 스토리는 늘 있다. 17일간의 ‘올림픽 드라마’가 열흘 뒤 찾아온다.》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출정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9일 만난 김홍열은 “올림픽 예선 시리즈 1차 대회 시상대에 선 친구들을 보니 정말 어리더라. 10대 후반, 많아도 20대 초반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기 끼면 안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며 웃었다.
이름 끝 글자 ‘열’을 숫자 10으로 바꾼 ‘홍텐’을 닉네임으로 쓰는 김홍열은 2006년 한국 비보이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최고 권위 브레이킹 대회인 ‘레드불 BC원’에서 우승했다. 김홍열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었던 ‘시게킥스’ 나카라이 시게유키(일본)는 2002년생으로 당시 유치원생이었다. 김홍열은 2013년에는 한국 비보이 최초로 이 대회에서 개인 두 번째 우승 기록도 남겼다.
김홍열은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였지만 올림픽 출전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2021, 2022년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KFD)이 개최한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도 하지 않았다. 김홍열은 “부상으로 왼팔에 마비가 와 춤을 계속 출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막연하게 ‘안 되겠지’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4월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월드시리즈, 세계선수권대회 쿼터가 남녀 각 3장으로 늘어나면서 KFD도 원래 각 2명이던 비보이, 비걸 국가대표를 1명씩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치료에만 집중했던 김홍열의 왼팔도 그 무렵 정상으로 돌아왔다. 김홍열은 “이제는 춤을 못 추나 했는데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싶어 도전했다”고 했다.
김홍열이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참가한 종합 대회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파리 올림픽 직행 티켓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패한 김홍열은 올해 5, 6월 전 세계 비보이 40명과 다시 1, 2차로 나눠 예선 시리즈를 치러야 했다. 이 중 10명만 파리행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김홍열은 “기왕이면 (올림픽에) 쉽게 가고 싶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꼭 따고 싶었는데 놓쳐서 너무 아쉬웠다. 세계 최고의 비보이 40명과 겨뤄야 한다는 것도 부담됐다.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는 제일 많은데 한참 어린 친구들하고 겨루고, 근데 이상하게 또 이기고 있고…. 스스로도 ‘왜 이기지?’ 싶었다”면서 “브레이킹이 몸을 쓰는 종목이니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간의 연륜을 어떻게 하면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홍열은 1, 2차 예선 시리즈 종합 2위에 오르면서 비보이, 비걸 부문을 통틀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땄다. 가장 마지막에 도전해 최후의 1인이 된 것이다. 김홍열은 “퀄리파이어(예선 통과자)라고 써진 티켓을 받고 울 뻔했다. 참 드라마틱하게 왔다. ‘이거 받으려고 1년 넘게 고생했구나’ 싶더라”면서 “이제 (올림픽) 한 번 남았다”고 말했다.
김홍열의 브레이킹 비보이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다음 달 11일 새벽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비보이, 비걸 각 16명이 참가해 초대 올림픽 메달을 놓고 ‘댄스 배틀’을 벌인다.
17세 반효진 ‘최연소’… 김우진 ‘3연속 金’ 도전
한국, 22개 종목 선수 144명 출전
요트 하지민, 5회 연속 올림픽행
한국 선수 최다 종목은 수영 23명
남녀 농구와 남녀 배구가 모두 올림픽 출전에 실패하면서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에 나서는 이승찬(30)이 최장신 선수(195cm)로 이름을 올렸다. 키가 가장 작은 선수는 여자 기계체조 신솔이(20)로 149cm다. 최중량 선수는 여자 역도 박혜정(21)과 남자 유도 김민종(24)으로 둘 다 135kg이다.
22개 종목 중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은 수영으로 23명이다. 사격이 16명으로 뒤를 잇는다. 단체 구기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출전하는 여자 핸드볼(14명)보다 많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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