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긴다” 총격이 키운 트럼프 바람
“미국 대선 후보가 총에 맞다니…”
전대참석 지지자 결집 목소리 커져
트럼프 “총격범, 내 계획표 못바꿔”… 美법원, 기밀유출 혐의 소송 기각
美공화당 전당대회장 삼엄한 경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장소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14일(현지 시간) 무장한 경찰관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여파로 전당대회장 인근에는 철제 펜스, 콘크리트벽 등이 설치됐다. 밀워키=게티이미지 |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14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15일부터 전당대회가 열리는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의 안방구장 파이서브포럼 앞에서 만난 켄 시지 씨(67)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에 대해 “9·11테러 때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습을 당한 다음 날, 밀워키는 충격과 분노, 기대가 뒤섞인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파이서브포럼 인근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기대가 엿보였다. 공화당 상징 색깔인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많았다. ‘트럼프가 이겼다(Trump Won)’ ‘트럼프 2024’ 등의 문구가 새겨진 팻말을 든 지지자들도 보였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니며 “우리가 (대선에서) 이길 겁니다”라며 엄지를 세워 보였다.
이날 밀워키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어제의 끔찍한 일로 인해 위스콘신 방문과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고도 했지만 ‘총격범’ 또는 암살 용의자가 일정표나 다른 어떤 것을 강제로 바꾸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가 총격을 당하고도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대세론’에 더욱 탄력을 붙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선 과정에서 반목했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트럼프 지지 연설에 나서 당의 ‘단합’을 과시할 예정이다.
14일 선거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선거 베팅업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률을 이틀 사이 8.4%포인트나 오른 64.7%로 예상했다. 암살 시도 뒤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일제히 통합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단결해 미국인의 본성을 보여 주자”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취임 후 세 번째로 백악관 집무실 내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우리 정치의 온도를 낮출 때”라며 “미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은 항상 국민의 손에 있어야 한다. 암살자의 손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동조했다.
하지만 암살 시도를 둘러싸고 미 정치권 일각과 소셜미디어 등에는 여전히 혐오를 담은 정치 메시지와 음모론이 판치고 있다. 이로 인해 폭력의 악순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화당 전당대회 자원봉사자인 로이 씨(22) 역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암살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 법원은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당시 기밀문서를 사저 마러라고리조트로 반출했다는 혐의에 대한 형사소송을 기각했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MAGA 지지” 5만명 전대 집결… 정적 헤일리도 지원 연설
[트럼프 암살시도 후폭풍]
시내 곳곳 ‘붉은색 모자’ 지지자 행렬… 대회장 인근엔 중무장 군인들 순찰
트럼프, 대표적 경합주서 승기 노려… 18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 예정
비행기 내리며 주먹 ‘불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현지 시간) 전용기로 15∼18일 ‘공화당 전당대회(RNC)’가 열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도착했다. 그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에도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기로 한 그는 마지막 날인 18일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X 캡처 |
14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의 최대 도시 밀워키 도심에서 만난 공화당 지지자 리애나 씨의 말이다. 밀워키 곳곳에는 리애나 씨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진 붉은색 모자를 쓴 사람들로 넘쳐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전당대회에 최소 5만 명의 공화당 지지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루 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여파를 반영하듯 파이서브포럼 인근에는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2m 이상의 철제 펜스, 차량 통행을 막는 콘크리트벽 등이 설치됐고 전당대회장을 들어가려면 일반 출입증과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발행한 출입증 등을 제시해야 했다. 이 지역 상공에는 헬리콥터가 수시로 선회했고 인근 밀워키강에도 소총을 든 무장 군인들이 보트를 타고 순찰하고 있었다. 이날 밀워키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숙소인 피스터 호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7대의 경호 차량, 수십 대의 경찰 차량, 2대의 앰뷸런스가 따라붙었다.
● 헤일리, 16일 지지 연설 예정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위스콘신주는 중서부의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로 2016년 대선 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하게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대세론’을 강조하며 승기를 잡기에 적합한 도시가 밀워키인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어제의 끔찍한 일로 나의 위스콘신 방문 및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암살 시도 뒤에도 차질 없이 전당대회를 치러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텍사스주 공화당 대의원인 척 로차 씨는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당내 반(反)트럼프 세력 또한 빠르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이번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고, 불편한 관계였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전당대회 둘째 날인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연설에 나선다. 인도계 여성인 헤일리 전 대사는 비(非)백인, 여성 유권자 등의 지지가 높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을 메워줄 수 있다.
● 부통령 후보 지명도 관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워싱턴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준비했던 연설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연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통령 후보 발표 및 지명 연설은 17일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화당은 전당대회 첫날인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주요 공약을 담은 공화당 정강 정책을 채택하고, 경제 이슈를 다룬다. 16일에는 이민 및 범죄, 17일 외교 안보를 주제로 당내 주요 연사의 연설이 진행된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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