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도 ‘푸드뱅크’로...남는 음식 복지시설 보낸다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조원고등학교 급식실. 학생들이 급식을 다 먹은 후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남은 음식을 조리사들이 커다란 스테인리스 통에 종류별로 옮겨 담았다. 복지 시설에서 나온 자원봉사자가 음식을 도시락 용기에 담고 포장했다. 금세 도시락 100여 개가 만들어졌다. 도시락은 독거노인, 노숙인 등 식사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됐다.
조원고에선 한 달에 2~3t(톤) 정도 급식 잔반이 나온다. 2021년부터 고교 무상 급식이 실시되면서 남는 음식이 늘기 시작했다. 급식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학생 수만큼 음식을 만드니 급식을 안 먹거나 남기는 학생이 많아졌다. 버려지는 음식이 아까웠던 조원고는 작년 10월부터 급식을 ‘푸드 뱅크’에 기부하기로 했다. 조원고 관계자는 “멀쩡한 음식을 버리면 음식물 쓰레기가 되지만, 도시락에 포장해 나누면 따뜻한 음식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원고는 지난달에만 음식 200㎏을 기부했다.
조원고처럼 남는 음식을 기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작년 10월 ‘경기도교육청 잔식 기부 활성화에 대한 조례’를 시행하면서부터다. 보건복지부는 1998년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노숙인과 결식아동의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기부받는 ‘푸드 뱅크’를 시행 중인데, 학교는 그동안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경기도 조례로 ‘푸드 뱅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학교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기준 경기도 전체 학교(2247곳) 중 176곳(7.8%)이 참여하고 있다. 134곳은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42곳은 교회·복지 기관 등 시설에 직접 전달한다. 서울시와 세종시에서도 지난달 같은 내용의 조례가 제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학교들의 음식 기부는 늘어날 전망이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국내 초·중·고교 전체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총 51만1000t으로 추정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만 한 해 511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버려지는 급식 문제가 심각한데도 기부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중독 등 우려로 급식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남은 음식은 당일 몇 시간 이내에 바로 소비하게 돼있어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며 “혹여 식중독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잔반을 받아 간 복지 시설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학교에 피해가 가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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