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주유소’ 서울선 145원 싼데, 충남은 20원뿐… 왜죠?

조재희 기자 2024. 7. 1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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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주유소 기름값의 경제학

스스로 기름을 넣는 ‘셀프 주유소’의 가격은 일반 주유소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가격 인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에서는 셀프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 차이가 L(리터)당 150원에 이를 정도로 두드러지지만, 군(郡) 지역이 많은 충남·전남 등은 20원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이른바 ‘주유소 거리’가 생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셀프 주유소 확산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가 크다. 하지만, 경쟁도 떨어지고 셀프 주유소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방에선 셀프 주유소가 가격 안정화에 큰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서울은 주유소 경쟁도 양극화

1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전국의 셀프와 일반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각각 L당 평균 1698.71원과 1727.54원으로 28.83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경유도 셀프는 L당 1532.75원, 일반은 1563.94원으로 31.19원 차이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통용되는 셀프 전환 시 인건비 절감액인 L당 30원 안팎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은 셀프가 보통 휘발유 기준 1726.09원, 일반은 1870.25원으로 그 차이가 약 145원인 반면, 충남 지역은 1698.88원과 1718.94원으로 차이가 20.06원에 그쳤다. 서울에 이어 대전이 40.31원, 제주가 37.1원, 부산이 36.88원으로 차이가 벌어진 반면, 전남은 20.45원으로 충남과 비슷했다.

이를 놓고 소비자층이 다양한 서울은 주유소 시장도 셀프와 일반 주유소 간 가격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가격 경쟁을 위해 셀프로 전환한 주유소와 세차와 정비, 적립 등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주유원을 유지하는 일반 주유소로 이른바 ‘리그’가 나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서울에서 셀프는 셀프끼리 경쟁하면서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하지만, 일반 주유소들은 가격이 아닌 서비스로 경쟁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셀프 도입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가 크다”고 했다.

지난 14일에도 일반 주유소인 서울 용산구의 서계주유소, 중구의 서남주유소는 보통 휘발유 가격이 L당 각각 2829원, 2780원을 나타냈지만, 셀프인 양천구의 양천셀프와 서호주유소, 강서구의 화곡역주유소와 강서주유소는 이보다 1000원 이상 싼 L당 1662원을 나타냈다. 특히 중랑구 동일로 1km 거리에 몰려 있는 셀프 주유소들인 구도일동천·대창·면목셀프·대원·오천만주유소는 나란히 1667원으로 이날 최저가에 가까웠다.

김형건 강원대 교수는 “서울에서 일반 주유소를 유지하는 곳은 위치나 브랜드 등 가격 외적인 강점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며 “반면 도심에 밀집한 셀프는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반과 셀프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주유소, 셀프 도입 효과 적어

반면 중소 도시와 농촌이 많은 충남, 전남, 강원 등의 광역지자체에선 셀프 전환 시 인건비 절감액인 30원보다 셀프와 일반 주유소 간 가격 차이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소멸 시대에 주유소들도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다 보니 셀프 도입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가 지방일수록 크지 않은 것이다.

최저임금을 맞춰주기 어려운 국도변과 농촌 지역 일반 주유소들이 주로 가족 등 저임금 근로자에게 의존하는 것도 한 이유다. 일반 주유소도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인건비가 안 드는 셀프와 차이가 적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장에서는 가족과 신용불량자 주유원 없이는 진작 외곽 주유소들은 다 문을 닫았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셀프 주유소가 급격히 늘어난 대도시와 달리, 한계에 다다른 주유소들이 셀프 전환을 포기하며 경쟁이 둔화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셀프 주유기 1기는 개당 2000만~3000만원으로 4개를 바꾸면 약 1억원의 투자비가 든다. 수요가 많은 대도시는 빠르면 1~2년 안에 회수할 수 있지만, 수요가 적은 외곽 지역 주유소가 쉽사리 투자하기는 어려운 규모다.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셀프 주유소 비율이 54%에 이르는 지금도 전남은 29.5%, 충남은 44.9%, 강원은 46.7% 등에 그친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셀프끼리 경쟁하는 서울 등 대도시와 달리 지방 셀프 주유소는 일반보다 조금만 낮은 수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군 지역에 집중된 NH알뜰주유소를 보면 14일 기준 셀프와 일반의 휘발유 가격 차이는 L당 15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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