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가 달 착륙 음모론 영화에도 지원한 이유는?
달에 가려는 남자와 달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여자가 만났다.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코미디. 아폴로 11호 발사를 앞두고 NASA에 투입된 마케팅 전문가 켈리(스칼릿 조핸슨)는 융통성 없는 발사 책임자 콜(채닝 테이텀)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홍보를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켈리는 정부의 지령을 받고 몰래 가짜 달 착륙 영상을 기획한다.
달 착륙 음모론을 다룬 영화가 NASA의 지원을 받으면서 화제가 됐다. 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촬영한 것은 물론, 실제 아폴로 프로젝트를 기록한 1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영화에 활용했다. 그레그 버랜티 감독은 우주선 발사 장면의 절반 이상은 고화질로 복원한 원본 영상이라고 밝혔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일했던 시뮬레이터 교관, 비행 감독관, 역사학자 등의 도움을 받아 발사 현장의 분위기를 스크린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NASA는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가짜 달 착륙 영상을 연출했다는 유의 조작설에 수십년 넘게 시달렸다. 영화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며 달 착륙 음모론을 유쾌하게 비튼다. 프로듀서인 조너선 리아는 “다들 처음엔 가짜 달 착륙 영화로 NASA의 촬영 허가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NASA는 객관적으로 대본을 보고, 달 착륙 프로젝트를 위해 고생한 40만 명의 사람들을 기릴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NASA는 미디어와의 협업을 검토하는 담당자를 따로 두고, 연간 100편 이상의 영화·TV·다큐멘터리에 관여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사소하게는 NASA 로고 사용 허가부터 사진·영상 제공, 촬영 협조, 전문가 자문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NASA 티셔츠를 입고 나오는 장면처럼 로고가 짧게 노출되는 장면도 전부 NASA의 허가가 필요하다.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화성을 탐사하던 중 조난당한 우주비행사의 생존기 ‘마션’(2015)이 대표적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직접 NASA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고, NASA 내에도 원작 소설의 팬이 많았기 때문에 순조롭게 협업이 이뤄졌다. ‘마션’은 NASA의 과학자·우주비행사들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배우들이 실제 우주비행사 훈련에 참여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땀과 소변을 정화시켜 물을 만들거나, 우주선 안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등 NASA가 연구 중인 신기술도 반영됐다. NASA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들이 주인공인 ‘히든 피겨스’, 닐 암스트롱의 전기 영화 ‘퍼스트맨’도 제작 단계부터 NASA의 지원을 받았다.
반면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는 우주 배경의 영화지만 이미지·영상 제공 외에는 NASA가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비티’의 경우, 초반엔 제작진이 존슨우주센터를 방문하며 조언을 받았지만 우주비행사가 인공위성 파편에 맞아 참사가 벌어지는 시나리오를 보곤 NASA가 지원을 중단했다.
NASA의 남다른 할리우드 사랑은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을 보며 우주 ‘덕후’가 된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스타워즈를 단체 관람하고, 우주선 이름이나 우주복 디자인을 스타트렉에서 따오는 등 SF에 진심이다. 할리우드 배우를 NASA의 비공식 홍보 대사로 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개봉 후엔 우주 센터에서 배우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미래 인재 양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마션’과 ‘히든 피겨스’ ’퍼스트맨’ 모두 NASA 소속 우주비행사·연구원이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에도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NASA 직원들의 열정과 헌신이 뭉클하게 그려진다. 생뚱맞게 보이던 NASA와 로맨스의 조합도 영화를 보고 나면 우주만큼 낭만적인 곳도 없게 느껴진다. 통통 튀고 에너지가 넘치는 스칼릿 조핸슨과 우직하고 진중한 채닝 테이텀의 상반된 매력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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