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AI 칩 그만!… 低전력 반도체 시간이 온다

이해인 기자 2024. 7. 1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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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이닉스 개발 한창

‘전력 소모를 잡아라.’ 속도와 용량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반도체 전쟁이 ‘전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학습과 훈련이 고도화되면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전력 소모가 급증하자, 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AI 반도체는 많은 전력을 소모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엔비디아가 이달 중 출하 예정인 고성능 AI 반도체 B100을 돌리기 위해선 1000W의 출력이 필요하다. 이전 버전인 A100이 400W, H100이 700W인 것을 비교하면, 성능이 향상될수록 전력 소모도 많다. AI 반도체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적으로 저전력 반도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소재 기업들도 유리 등을 이용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저전력 반도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고도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자체적으로 AI 연산을 수행할 때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저전력 반도체를 쓸 경우 모바일 기기에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고, 서버에서는 데이터 처리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전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 저전력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저전력 반도체의 시간이 온다

저전력 반도체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바로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 제품이다. DDR은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가 1개인 일반 D램과 달리 통로가 2개라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LPDDR은 여기에 더해 전력 소모까지 줄인 것으로 현재 7세대(5X)까지 개발됐다. 보통 고성능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탑재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LPDDR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업계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른 LPDDR5X(7세대)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속도 검증까지 마치고 양산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은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용량은 30% 이상 커진 반면 소비전력은 25%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성능과 속도에 따라 전력을 조절하는 신기술을 적용했다.

SK하이닉스는 5X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LPDDR5T D램을 지난해 말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이 제품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풀 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하는 수준인데 전력은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최근엔 LPDDR을 쌓는 기술 개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D램을 쌓아 올린 HBM(고대역폭 메모리)처럼 LPDDR도 층층이 쌓아 용량과 속도를 높이면서도 전력 소모는 줄이는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유리 기판 등 소재 개발도 치열

반도체의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차세대 소재 개발도 한창이다. AI 시대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유리 기판이 대표적이다. 현재 여러 개의 반도체를 연결하기 위한 구멍을 뚫을 때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등의 소재가 사용된다. 매끄러운 유리를 사용하면 같은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아직까지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 기판 스마트 팩토리를 완공했다. 삼성전기는 연내에 시제품 생산 라인을 세종 사업장에 구축하고, 2026년 이후 양산한다는 목표다. LG이노텍은 문혁수 대표가 지난 3월 유리 기판 사업 착수를 공식화하며 CTO(최고기술책임자) 직속으로 관련 인력을 충원했다.

기존 실리콘을 대체할 저전력 고성능의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 기반 반도체도 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GaN 기반 반도체를 위한 별도의 사업팀을 꾸려 오는 2025년부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AI 반도체에선 HBM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했지만, 온디바이스 AI 시대에는 LPDDR이 핵심 제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라며 “엔비디아도 자체 개발한 CPU(중앙 처리 장치)를 보조하는 D램으로 HBM이 아닌 LPDDR D램을 탑재할 정도”라고 했다.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

저전력을 목표로 만든 모바일용 D램 반도체의 일종. 온디바이스(내장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고, 이에 따라 저전력 D램인 LPDDR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B200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뿐 아니라 LPDDR이 16개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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