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 중국 바둑계 누가 평정할까

이홍렬 기자 2024. 7. 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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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최근 1년간 1위 6번 교체

누가 과연 최강일까. 중국 바둑계 1인자 싸움이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자고 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는’ 상황의 연속이다. 최근 1년간 랭킹 1위가 무려 여섯 번 바뀌었다.

중국바둑협회는 리쉬안하오(29)가 톱 랭커로 복귀한 7월 랭킹을 최근 발표했다. 2023년 3월 첫 정상 이후 두 번째 1위 등극이다. 리쉬안하오의 ‘보좌(寶座)’ 등극은 두 번 모두 커제(27)를 1위에서 끌어내리고 이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3년 첫 등극은 한 달 천하로 끝났었다.

중국 바둑 패권 다툼이 1년째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딩하오, 커제, 리쉬안하오(왼쪽부터). /한국기원

커제는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중국 바둑계 간판 스타로 활약해 왔다. 세계 메이저 우승 횟수만 해도 8회로 구리와 함께 중국 공동 1위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51개월 연속 중국 랭킹 1위를 독점했다.

하지만 3월 거센 회오리가 몰아닥쳤다. 톱 랭커 자리가 리쉬안하오에게로 넘어간 것. 한 달 만에 1위를 되찾았지만 머문 기간은 5개월에 불과했다. 9월 랭킹 1위는 구쯔하오(26)가 챙겨 갔다. 중국 바둑 무림(武林)이 어지러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구쯔하오의 시대도 4개월을 못 넘겼다. 그를 제치고 2024년 새해 첫 톱 랭커로 등록한 기사는 LG배와 삼성화재배를 동시 제패한 딩하오(24)였다. 커제는 당시 4위까지 내려갔다.

뒤이어 2월 권력 지도가 또 한번 재편됐다. 물러났던 구쯔하오가 딩하오를 끌어내고 재집권에 성공한 것. 구쯔하오는 2월과 3월 두 달간 권좌에 머물다 4월 자신도 밀려났다. 이번 반란의 주인공은 커제였다. 4~6월 사이 3개월간 1위를 지켜오던 커제가 최근 리쉬안하오에게 재축출되면서 4위로 추락한 것이 최근 1년간의 경과다.

중국의 1인자 다툼은 신진서가 55개월 연속, 통산 63개월 ‘철벽 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과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한국이 대포를 가졌다면 중국은 소총 부대로 맞서는 형국이다. 누가 원톱을 맡아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중국 바둑의 저변은 두껍다.

중국 7월 랭킹 톱 4는 리쉬안하오, 딩하오, 양딩신, 커제 순이다. 란커배 보유자로 연속 우승을 노리는 구쯔하오가 7위, 잉씨배 2회 연속 결승 진출자 셰커가 14위로 밀릴 만큼 선수층이 고르다. 신진서는 “중국 상위권 20명과는 언제 누구와 붙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종종 말한다.

지난 30여 년에 걸친 국제 메이저 개인전서 한국은 16명이 69회, 중국은 23명이 49회에 걸쳐 우승을 수확했다. “우리도 저변을 키워 ‘소수 정예 체질’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매번 나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중국 바둑의 군웅할거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 최상위권 랭킹 점수 차가 근소해 변화의 여지가 크다. 커제가 통산 1위 95회의 포스를 되찾을지, 왕싱하오(20) 등 신예들이 패권 경쟁에 가세할지도 변수다. 과연 누가 난세(亂世)를 평정하고 ‘대륙의 최고수’로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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