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마일 강속구 '스위치 투수' ML에 곧 등장한다, 오타니보다 희귀하고 위대할까[스조산책 MLB]

노재형 2024. 7.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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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매리너스가 1라운드 15순위로 지명한 미시시피주립대 2학년 스위치 투수 주란젤로 시엔자. 사진출처=시애틀 매리너스 구단 공식 X 계정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에 머지 않은 미래에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쓰는 스위치 투수(switch-pitcher)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양손 투수'다. 어쩌면 사이영상 투수로 성장할 지도 모른다.

시애틀 매리너스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사용하는 스위치 투수를 지명했다. 미시시피주립대 2학년 주란젤로 세인자(Jurrangelo Cijntje)가 그 주인공이다.

네덜란드령 퀴라소에서 2003년 5월 태어난 세인자는 올해 MLB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서 25위에 올랐다.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난 5월부터 '몇 년 다듬으면 빅리그 선발투수로 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터라 제리 디포토 시애틀 야구부문 사장이 2015년 부임한 이래 뽑은 가장 흥미로운 투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스캇 헌터 시애틀 스카우팅 디렉터는 이날 "우리는 주란젤로가 양손을 모두 쓸지에 대해 본인이 결정하도록 할 것이다. 양손을 다 쓴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오늘은 왼손, 내일은 오른손으로 던진다는 게 아니다. 타자 매치업에 따라 어느 손으로 던질 지 전략적으로 대응함을 의미한다.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 볼 것이다. 계속해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세인자는 놀랍게도 오른손과 왼손으로 모두 90마일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뿌린다.

MLB.com은 '세인자는 매우 희귀한 스위치 투수일 뿐만 아니라, 양손을 모두 당당하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구속이 왼손으로는 95마일, 오른손으로 99마일까지 나온다. 양손으로 모두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오른손으로는 90마일대 초반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구사하고, 왼손으로는 80마일대 초반의 스위퍼를 섞어 던진다'고 전했다.

시애틀 매리너스가 지난 15일(한국시각)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은 스위치 투수 주란젤로 시엔자가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호명을 받고 나가 악수를 하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1900년 이후 공식 기록으로 기재된 스위치 투수는 팻 벤디트가 유일하다. 그는 2015~202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6개팀에서 구원투수로 통산 61경기에서 72⅓이닝을 던져 2승2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했다.

그런데 벤디트와 달리 세인자는 선발투수다. 세인자는 미시시피주립대에서 이번 시즌 90⅔이닝을 던져 삼진 113개를 잡았고,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다. MLB.com에 따르면 세인자는 최근 선발 6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8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을 정도로 탈삼진 능력도 뛰어나다.

세인자는 원래 왼손잡이였다. 그러나 어릴 때 네덜란드 프로리그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포수가 되기 위해 오른손으로 훈련을 하면서 오른손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세인자는 "난 항상 아빠 흉내를 내기 위해 오른손으로 던지기를 원했다. 내가 오른손잡이로 전향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빠였다"고 말했다. 아빠는 그가 투수 혹은 1루수로 성장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아빠의 소망대로 됐다.

MLB파이프라인은 세인자에 대해 오른손 투수로는 뉴욕 양키스 마커스 스트로먼과 비슷한 스타일이고, 왼손으로는 구원투수가 어울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인자는 "스트로먼이 롤모델"이라고 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AFP연합뉴스

몇 년 뒤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세인자가 메이저리그에 올라 양손을 모두 사용해 사이영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그 '돌풍'의 강도가 투타 겸업의 신화를 창조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를 능가할까. 흥미로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MLB.com은 '양손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인간은 1% 정도라고 한다. 현대야구에서는 딱 한 명의 투수가 높은 수준에서 양손을 사용해 투구를 했다'며 '놀라운 변칙, 거의 환상에 가까운 슈퍼파워, 필드 위의 선수보다 마블 영화의 캐릭터에 더 어울릴 만한 투수가 있다. 그게 세인자'라고 평가했다.

오타니가 2021년 투타 겸업으로 만장일치 MVP에 오를 때 '만화 캐릭터', '100년 만에 재림한 베이브 루스' 등 온갖 수식어가 붙었다. 실제로는 오타니가 지난 3년간 투타 겸업을 루스보다 더 이상적으로 현실화했다. 간헐적 투타 겸업은 수없이 등장해 왔지만, 오타니처럼 수 년 동안 두 가지 일을 최장상급 기량으로 꾸준히 보여준 예는 없었다.

그렇지만 세인자는 오타니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한 명은 한 시즌 홈런 40개 이상을 때리는 100마일 강속구 에이스, 다른 한 명은 오른손과 왼손을 수시로 바꿔 가며 탈삼진을 무더기로 잡아내는 에이스. 누가 더 희귀하고 위대할까. 분명한 건 둘 다 어린 시절부터 연마해야 메이저리그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 자질이라는 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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