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이재명 재판 ‘한명숙 1심’처럼 해야 한다

최원규 논설위원 2024. 7.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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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총리 1심, 주 3회 재판… 본격 재판 한 달 만에 선고
李 전 대표 사건도 집중심리 필요… 대선 전 확정판결 해 혼란 막아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껏 기억에 남는 재판 중 하나가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사건 1심 재판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판 속도였다. 재판부는 세 번 공판준비 기일을 가진 뒤 매주 월·수·금 세 차례 재판을 했다. 첫 재판이 3월 8일 시작됐는데 증인 신문에 시간이 걸리면 재판을 밤늦게까지 했다. 그리고 한 달 만인 4월 9일 1심 무죄 선고가 나왔다. 이례적인 속도였다. 기소 시점으로 따져도 5개월 만이었다. 그렇다고 졸속 재판도 아니었다. 현장 검증 등 필요한 건 다 했다.

형사 재판은 이런 집중 심리가 원칙이다.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을 매일 열어야 한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재판부가 원칙에 충실했던 것이다. 한 전 총리 측 협조도 있었다. 그해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힌 그는 선거 전에 결론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본격 재판 한 달 만에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이 사건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나중에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이런 신속한 재판이 요즘엔 거의 없다. 간단한 사건도 1심 선고에만 1~2년씩 걸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재판부들이 사건에 치인다는 이유로 2~3주에 한 번씩 공판 기일을 잡는 탓이 크다. 법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재판을 매일 열지 못할 때는 다음 공판 기일을 14일 이내로 잡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예외가 마치 원칙처럼 돼 재판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것이다. 판사들이 사실상 법을 안 지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사건도 마찬가지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2주에 한 번, 위증교사 사건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재판을 열었다. 이 두 사건은 오는 10월 중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비교적 간단한 사건인데도 위증 교사 사건은 기소 1년 만에, 선거법 위반 사건은 약 2년 만에 1심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은 재판을 1년 4개월 끌다 선고도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내기도 했다. 정상이 아니다.

판사들은 사건 부담 때문에 집중심리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사건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 재판이 없는 이틀 동안 다른 사건 재판을 했다. 주 5일 재판을 한 것이다. 집중심리는 힘이 들겠지만 못할 것도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재판부들이 사건에 치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판사들이 집중심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면 대선 전에 이 전 대표 사건 확정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재판은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못했고, 얼마 전 기소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은 이제 시작이다. 이 두 사건은 이 전 대표의 핵심 의혹인데 재판이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다.

만약 이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 큰 사회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당선되면 재판이 중단되느냐는 헌법적 논란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반대 진영과 지지자들로 나뉘어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이다.

이 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법원이 대선 전에 유죄든 무죄든 확정 판결을 내리는 것밖에 없다. 사법부 전체가 책임의식을 갖고 신속하게 재판하면 못할 것도 없다. 이 전 대표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당 재판부에 다른 사건을 맡기지 않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전 대표도 협조해야 한다. 그의 말대로 모든 사건이 ‘조작’이라면 지금처럼 재판을 지연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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