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시대를 관통하는 '진실의 힘'[TF리뷰]
박영수·김인성, 열연으로 밀도 높은 2인극 완성
9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
1894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드레퓌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에밀'은 자살과 타살의 경계에서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에밀 졸라의 가스 중독 사망 사건에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지식인이자 작가인 에밀 졸라와 그를 동경하는 가상의 소년 클로드의 하루 동안의 만남을 그린다.
'나는 고발한다…!'는 프랑스 문화예술계 최고 명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에 빛나는 작가 에밀 졸라가 군사 기밀을 독일로 유출한 범인으로 지목되며 간첩 누명으로 투옥된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며 발표한 글이다. 이후 에밀 졸라는 생을 마감하기까지 끝없는 비난과 살해 협박 속에 살았으며 그의 죽음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이어 클로드는 에밀 졸라의 소설을 향한 존경심과 함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비싼 코냑을 마시며 세상의 부조리함을 논하는 에밀 졸라와 싸구려 압생트를 마시며 높은 세상을 꿈꾸는 클로드는 각자의 과거를 곱씹기 시작한다. 이후 두 사람이 함께 술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순간 세찬 폭우를 뚫고 총성이 울려 퍼진다.
'에밀'은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의 대본 공모 당선작이다.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가 에밀 졸라 역에, 구준모 김인성 정지우가 에밀 졸라와 대화하는 소년 클로드 역에 이름을 올려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인터미션없이 약 100분간 이어지는 '에밀'은 드레퓌스 사건보다 에밀 졸라와 클로드라는 인물에 더 초점을 맞춘다. 에밀 졸라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극이 진행되는데 곳곳에 설치된 조명을 잘 활용하며 무대 전환이 힘든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극복한다.
특히 조명을 따라가다 보면 에밀 졸라가 클로드를 처음 마주한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두 사람의 관계성도 드러나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또한 인물의 신념과 고뇌, 상상과 현실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선율의 넘버와 무게감 있는 넘버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다.
지난해 9월 전역 후 '겨울 나그네'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 이어 '에밀'의 클로드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김인성(SF9 인성)은 안정적인 가창력 위에 더욱 정확해진 대사 전달력과 풍부해진 감정 표현을 쌓아 올리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에밀 졸라를 향한 동경을 숨기지 않는 청년이었다가 이윽고 웃음기를 지우고 에밀 졸라를 향해 총을 겨누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등 인물의 감정 변화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렇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김인성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일지 기대하게 만든다.
작품은 1900년대 초반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2024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걸어가야 할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세상에서 진실을 마주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에밀 졸라의 논평과 드레퓌스 사건을 미리 알고 간다면 극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모른다고 해서 작품을 보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에밀'은 9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즈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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