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전 71주년… 유엔사와 협력 더 강화해야
1953년 7월 27일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다. 3년이 넘게 계속된 6・25전쟁을 중단시켰고, 지금까지도 한반도 평화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전협정은 큰 의미가 있다.
71년 전 정전협정이 체결될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꼭 바람직하다는 확신은 없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된 상태였고, 북한의 위협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전투 행위만 중지하는 것은 국가 생존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정전협정을 받아들인 것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얻어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유엔의 깃발 아래 함께 전투에 참여했던 국가들의 희생과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통합군사령부가 설치됐고, 16국의 전투 병력과 6국의 의료 지원 인력 195만여 명이 참전했다. 이 중 4만1000명이 사망하고 11만명이 부상을 입었다. 11국 2320명의 참전 용사들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해 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정전협정 체결 당일 연설에서 유엔이 침략에 맞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양과 서양이 정의롭고 고귀한 대의를 추구하며 나란히 함께 싸우고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 16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한국이 통일되고 독립적이며 민주적인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전협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과 무력 공격이 재개될 경우 즉각적으로 전력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엔사는 여전히 정전 체제 유지와 유사시 전력 제공이라는 본래의 임무와 역할을 통해 한국 안보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재래식 도발과 핵 위협에 대한 공동 군사 대응을 통해 군사적 위기를 억제하고, 국제 역학 구도가 재편될 때도 우리의 전략적 우방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국제 연대를 통한 평화 외교를 통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나아가는 데 기여한다. 평상시에는 억제력과 존재감을 더하고, 유사시 국제적 정당성을 결집하며, 가용 능력을 확대하고 사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국익에 부합한다.
다음 주 정전협정 체결 71주년을 맞이하는 걸 계기로 앞으로 우리 정부는 유엔사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전쟁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면 유엔사 시스템 역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평상시 회색 지대 전술을 포함해 변화하는 위협 양상을 반영한 군사 기획 및 연습 훈련이 필요하다. 유사시 각 회원국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전력의 유형·규모·시기 등에 대한 긴밀한 외교적·군사적 협력도 필요하다. 각국의 국내 정치 상황 및 외교적 의지, 기존의 외교・군사 협정, 병력이나 장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발전적 협력을 위한 적절한 제도적 장치도 요구된다.
국제 안보 구도의 재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방면에서 동시에 위기가 고조되는 ‘전략적 동시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미 시작된 것이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은 공동의 위협에도 하나의 동맹으로 묶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다행히 한반도에는 이미 아시아·유럽, 태평양·대서양이 연합한 유엔사가 존재한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뜻을 같이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다. 전쟁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두려움·명예·이익은 반대로 협력을 위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함께 대응해야 할 위협이 있고,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는 국가들이 70여 년 동안 유엔사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해왔다. 더구나 그들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침략에 맞서 함께 싸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지금까지의 유엔사의 희생과 노력에 감사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의 새로운 역할을 위해 한국 정부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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