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시도로 인해 피격된 지 이틀 만에 공화당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강행했다. 공화당은 트럼프가 스스로 건재하다고 외치고 있는 만큼 피격 사건을 기화로 오히려 지지자들의 결집을 강화하고 부동층 표를 대거 흡수할 계기를 만들려 한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어떠한 단결력을 호소할 지, 아니면 총격사건을 이용해 상대방을 비난하는 주장을 더 거세게 내놓을 지 그 정치적 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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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 '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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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당대회는 이미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에 공식적으로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지명행사로 시작된다. 2016년 전당대회(클리블랜드)에서 트럼프는 텍사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고, 2020년 대통령 재선을 위한 전당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폭 축소된 회동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이번에는 사실상의 '대관식'을 성대히 열어 분위기를 11월 실제 대선까지 '즉위식' 수준으로 몰아가고 싶어한다. 그런 배경에서 그가 전당대회 이틀 전에 피격에서 살아남아 그 즉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쥐어 건재함을 보인 것은 계속해서 회자 중이고 이 분위기를 전당대회에서도 그대로 살려내겠다는 것이 캠프와 공화당 지도부의 전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도좌파 성향의 NYT는 그러나 앞으로 4일간 트럼프는 자신이 피격 이전에 받아왔던 문제들과 현 시점의 분위기에 대한 균형을 어떻게 맞출 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썼다. 미국인들은 그의 오랜 폭력적 수사 기록과 34건의 중범죄 유죄 판결, 성적 학대에 대한 민사 책임,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이 이번 피격으로 어떻게 다뤄질 것인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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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후보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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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전당대회 첫 날 부통령 후보가 발표된다. 현재 러닝메이트 후보는 세 명으로 압축됐다. 오하이오 주의 JD 밴스와 플로리다 주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그리고 노스다코타 주의 더그 버검 주지사다.
트럼프 선거 운동 관계자들은 첫날 밤에 전 대통령이 화려하게 입장하고, 그의 지명자가 무대에 올라 마지막 지명을 받는 스포트라이트 행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부통령 후보는 둘째날까지는 연설하지 않을 예정이고 대통령 후보가 모든 행사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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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사건에도 트럼프 "흔들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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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사건 이튿날인 일요일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뉴저지 배드민스터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돈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골프를 쳤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지지자들에게 자신은 건재하며 일말의 동요도 없이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캠프 측은 전당대회 장소인 밀워키 도착을 보안상의 이유로 이틀 연기하는 것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스스로 일요일 저녁에 비행기를 타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란 무언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피격 사건을 두고 트럼프의 비밀보안요원팀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오히려 당사자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밀보안팀과 경호원들은 피격 직후 나를 향해 마치 라인배커(미식축구 태클전문 수비수)처럼 몸을 날렸다"며 "저격팀은 암살용의자를 단 한발의 총알로 제거했고 그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치하했다.
밀워키 시와 카운티 관리들은 다만 피격사건을 의식해 보안을 다소 강화하고 있다. 시위대를 위한 이른바 자유 언론 구역을 주 대회장으로 들어가는 2,400명의 대의원과 다른 대회 참석자로부터 멀리 옮기기로 동의했다. 추가적인 보안 대책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밀워키는 총기자유휴대를 허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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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 비방보단 국민단결로 연설 바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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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피격 사건으로 주가가 오른 트럼프는 전당대회 연설 자체를 상대방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 등에 대한 비난보다는 국민단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연설 내용을 "부패하고 끔찍한 현 행정부에 대한 모든 것에서 미국을 통합하기 위한 내용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는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일상적으로 공격해 왔다. 반대자들에게 "나라를 파괴하는 해충이라는 묘사를 서슴지 않았고, 스스로 재선된다면 그들을 기소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런 연설은 국민통합의 주제로 대거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