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참깨순 -병실에서
2024. 7. 15. 23: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 시의 마지막 행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삶의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히며 몸도 마음도 얼어붙을 때마다 "참깨순, 참깨순, 참깨순" 중얼거리는 나를 본다.
참깨순이 자라는 밭 같은 건 구경해 본 적도 없지만, 반복해서 "참깨순"을 외다 보면 잠시나마 어떤 파릇한 힘이 솟는다.
얼마 되지 않는 생존율을 가늠하며 병실에 누워 밤새 앓다가도 아침이 되면 "참깨순 나왔어?" 묻는다는 것.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정례
오년 생존율 오십오 프로란 무슨 뜻인가요?
별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간호간병 시스템 4인실의 조무사들은
내 모든 오줌의 무게를 잰다
오줌 누면 달려가서 재고 기록하고
어린애처럼 나는 오줌 마렵다고 고해야 한다
옆 침대 아주머니는 수박 오천통을 밭떼기로
실어 보내고 왔단다
아이구 나 좀 살려줘요
검사 받다 죽을 거 같애
밤새도록 앓다가
아침에 남편에게 전화해서
참깨순 나왔어? 묻는다
(중략)
4인실에서의 목소리가 무균실로 떠오르는 듯하다
거봐, 내가 물을 좀 주라고 했잖아
수박 오천통 떼어 보내고
갈아엎은 밭에서 쟁쟁하게 솟아나는
참깨순, 참깨순, 참깨순
별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간호간병 시스템 4인실의 조무사들은
내 모든 오줌의 무게를 잰다
오줌 누면 달려가서 재고 기록하고
어린애처럼 나는 오줌 마렵다고 고해야 한다
옆 침대 아주머니는 수박 오천통을 밭떼기로
실어 보내고 왔단다
아이구 나 좀 살려줘요
검사 받다 죽을 거 같애
밤새도록 앓다가
아침에 남편에게 전화해서
참깨순 나왔어? 묻는다
(중략)
4인실에서의 목소리가 무균실로 떠오르는 듯하다
거봐, 내가 물을 좀 주라고 했잖아
수박 오천통 떼어 보내고
갈아엎은 밭에서 쟁쟁하게 솟아나는
참깨순, 참깨순, 참깨순
이 시의 마지막 행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삶의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히며 몸도 마음도 얼어붙을 때마다 “참깨순, 참깨순, 참깨순” 중얼거리는 나를 본다. 참깨순이라니. 참깨순이 자라는 밭 같은 건 구경해 본 적도 없지만, 반복해서 “참깨순”을 외다 보면 잠시나마 어떤 파릇한 힘이 솟는다. 꼭 무슨 구호 같기도 하다. 힘을 내자고, 한 번 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자고, 스스로를 북돋는 구호.
얼마 되지 않는 생존율을 가늠하며 병실에 누워 밤새 앓다가도 아침이 되면 “참깨순 나왔어?” 묻는다는 것. 이 마음의 근저에는 무엇이 움트고 있을까. 이처럼 끈질기게 삶을 추동하는 에너지를 대체 무엇이라 명명해야 할까. 감히 알은체할 수 없지만, 나는 좋아한다. 깊이 경애한다. 병실에 “쟁쟁하게 솟아나는” 참깨순. 무균실에 둥실 떠오르는 산 사람의 목소리.
박소란 시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축의금은 10만원이지만…부의금은 “5만원이 적당”
- 빠짐없이 교회 나가던 아내, 교회男과 불륜
- 9초 동영상이 이재명 운명 바꿨다…“김문기와 골프사진? 조작됐다” vs “오늘 시장님과 골프
- 입 벌리고 쓰러진 82살 박지원…한 손으로 1m 담 넘은 이재명
- 회식 후 속옷 없이 온 남편 “배변 실수”→상간녀 딸에 알렸더니 “정신적 피해” 고소
- 일가족 9명 데리고 탈북했던 김이혁씨, 귀순 1년 만에 사고로 숨져
- “걔는 잤는데 좀 싱겁고”…정우성, ’오픈마인드‘ 추구한 과거 인터뷰
- 한국 여학생 평균 성 경험 연령 16세, 중고 여학생 9562명은 피임도 없이 성관계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