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옛사람들의 얼음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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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은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대표적인 물품이다.
요즈음에는 얼음을 둥둥 떠올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대세인데, 옛사람들도 무더위에 얼음을 활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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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동빙고·서빙고, 현재 동네 이름 남아
지금처럼 냉장고가 없었던 전통 시대에는 겨울에 미리 얼음을 준비하고 이를 저장하는 빙고(氷庫)를 만들었다. 빙고를 설치하여 얼음을 저장한 기록은 삼국시대 초기부터 나타난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유리왕 5년(서기 28년)에 이미 장빙고(藏氷庫)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 11월에 처음으로 소속 관사에 명하여 얼음을 저장케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고려시대에도 삼국시대와 마찬가지로 겨울에 얼음을 저장한 다음, 입하 절기를 계기로 얼음을 꺼내 왕실이나 관청에 공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동빙고와 서빙고를 설치하고, 궁궐 내의 두 곳에 내빙고(內氷庫)를 두는 등 보다 체계적으로 얼음을 공급하였다. ‘태종실록’에는 “신상(申商)이 예조 판서가 되었을 때 내빙고(內氷庫)를 세워서 여름철 무더위에 어육(魚肉)이 썩지 않도록 대비하자고 청하였다”는 기록이 있어서 내빙고 설치의 주요 목적이 어육이 썩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에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조선의 헌법인 ‘경국대전’의 ‘이전(吏典)’ 항목에도 빙고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얼음을 저장하는 일을 맡는다. 제조 1명, 별좌 이하는 4명으로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전(禮典)’의 반빙(頒氷:얼음을 나누어 줌)에는 ”해마다 여름철 끝 달에 관청, 종친 및 문무 당상관, 내시부 당상관, 칠십 세 이상 퇴직 당상관에게 얼음을 나누어 준다. 활인서의 병자들과 의금부와 전옥서의 죄수들에게도 또한 지급한다“고 하여 70세 이상의 퇴직자, 죄수들에게까지 얼음을 공급해 주었음을 알 수가 있다.
19세기 서울의 관청, 궁궐 풍속 등을 정리한 ‘한경지략(漢京識略)’ 궐외각사(闕外各司)의 ‘빙고’에 대한 항목을 보면, “동빙고가 두뭇개에 있다. 제향에 쓰는 얼음을 공급한다. 서빙고는 둔지산(屯智山:현재 용산구 미군 부대 안에 있는 산)에 있다. 수라간과 신하들에게 내려 주는 얼음을 공급한다. 개국 초부터 설치되어 얼음을 보관하고 공급하는 일을 맡았다”고 하여, 동빙고의 얼음은 주로 제사용으로, 서빙고 얼음은 관리들에게 공급했음을 알 수 있다. 궁궐 안에 설치한 내빙고(內氷庫)는 왕께 얼음을 올리는 일을 전담하였다. 동빙고는 제사용으로 쓰여 창고가 한 채뿐이었지만, 서빙고의 창고는 8채나 되었다.
‘동국여지비고’의 기록에 의거하면, 동빙고의 얼음은 제사용으로 쓰이는데 12월에 얼음을 뜨기 시작하면 1만244장의 얼음짝을 저장하였다. 서빙고는 13만7974장을 저장하였다. 얼음을 뜨는 일은 한양 5부의 백성들에게 부과된 국역(國役)으로, 이를 장빙역(藏氷役)이라 하였다. 얼음의 채취는 동빙고와 서빙고와 가까운 저자도(楮子島) 근처에서 음력 12월이나 1월 중 새벽 2시쯤에서 해 뜨기 전에 실시하였다. 얼음은 네 치 두께로 얼은 후에야 뜨기 시작하였다.
이에 앞서 난지도 등지에서 갈대를 가져다가 빙고의 사방을 덮고 둘러쳐 냉장 기능을 강화했다. 얼어붙은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하고,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던 풍경은 이제 흑백사진으로만 남아 있지만, 동빙고동, 서빙고동이라는 동네 이름은 이곳이 얼음의 주요 공급처임을 기억하게 하고 있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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