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와 밸류업 [더 나은 경제, SDGs]
김 신임 후보자는 이튿날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정책 구상 방안을 밝혔는데, 현재 금융시장의 4대 리스크로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2금융권 건전성 ▲자영업자·소상공인 문제를 꼽았다.
특히 “부채 총레버리지 비율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지적하면서 “부채에 의존하는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을 9월로 연기한 부분과 관련 “자영업자 대책과 부동산 PF 문제도 8~9월이면 점검 결과가 나오니 이 상황을 고려하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발언 중 눈길을 끈 내용이 있었는데, 이른바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정책 관련 부분으로 “자본시장 활성화와 기업 상생 측면에서 봤을 때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투세는 2020년 12월 조세 체계 개편을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됐으며,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얻었을 때 수익의 22%(3억원 초과분은 27.5%)를 세금으로 내도록 규정한 제도다. 원래대로라면 2022년 12월 합의된 대로 2년간 유예기간이 끝난 지난해 1월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중심으로 금투세를 폐지하거나 유예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였고, 이에 여론이 크게 호응했다. 2023년 시행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한발 물러서 결국 2년 후인 2025년 1월로 다시 미뤄졌다. 당시 권 의원은 금투세 폐지뿐 아니라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도 적극 개진해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한동안 조용했던 금투세 이슈는 올해 초 다시 불거졌다. 지난 1월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임기 중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주식시장 수준으로 만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도 추진하겠다”며 증시 성장과 밸류업의 선제 조건으로 금투세 폐지를 강력히 주문했다.
올해 상반기 산업계와 경제계 최대 이슈 중 하나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떠오르면서 금투세 폐지를 둘러싼 찬반 여론은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에서 금투세 폐지 여론을 이끄는 대표적인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으로, 이 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월31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순히 지금 시장이 시끄럽다고 금투세를 유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투세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런 점이 제도 설계 과정 때 다 고려됐는지 우려스럽다”고 했고, 지난 3일 16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금투세 폐지 건의를 수렴한 바 있다.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 역시 최근 기류가 바뀌며, 연내 이번 논란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0일 차기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이재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시 악화의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시장이 조금 올랐다고 세금을 부과하면 (투자자들이) 억울할 듯하다”며 “(금투세) 시행 시기의 문제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며 사실상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투세 폐지 여부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총력을 기울이는 밸류업에 중요한 기준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코스피, 코스닥 등 한국 증시에 실망한 개미들이 해외 투자로 눈길을 대거 돌리면서 ‘주식이민’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들 역시 해외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가 우리 국민의 3분의 1인 1450만명이 넘어서고 있다. 김 후보자와 이 원장 등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 그리고 국회에서 권 의원처럼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이들이 많이 생긴다면 금투세는 유예가 아닌 폐지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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