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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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의 출마 선언 현장에)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새 비전을 들고 나올지 몹시 궁금했는데 참여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필 그 시간 '수사 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 TF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여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강선우 의원), "이 후보의 출마 선언을 함께 준비했다"(김민석 의원), "이 후보의 담대한 결단에 함께하겠다"(전현희 의원), "저는 이재명과 함께합니다"(한준호 의원) 등 읽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수준의 '명비어천가'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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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의 출마 선언 현장에)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새 비전을 들고 나올지 몹시 궁금했는데 참여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필 그 시간 ‘수사 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 TF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민형배 의원은 11일 이런 구구절절한 ‘불참의 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날 열린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연임 도전 발표 자리에 못 간 이유를 직접 해명한 것.
그도 그럴 것이 전날 발표 현장엔 이 후보 뒤로 무려 5명의 최고위원 후보가 나란히 두 손을 공손하게 모은 채 서 있었다. 현역 의원인 강선우 김민석 전현희 한준호 후보와 김지호 부대변인이었다. 이들은 이 후보의 출마 선언이 끝나기 무섭게 제각각 페이스북에 이 후보와 함께 찍힌 자신들의 모습을 경쟁하듯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여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강선우 의원), “이 후보의 출마 선언을 함께 준비했다”(김민석 의원), “이 후보의 담대한 결단에 함께하겠다”(전현희 의원), “저는 이재명과 함께합니다”(한준호 의원) 등 읽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수준의 ‘명비어천가’도 곁들였다. 이러니 “그럼 그 자리에 안 온 사람들은 뭐냐”는 강성 지지층의 질타에 대비해 민 의원이 미리 불참의 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노답’ 수준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다소 묻혔을 뿐, 민주당 전당대회도 정말 가관이다. 최고위원은 당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가는 지도부 핵심 자리다. 그런데도 나라와 당을 위해 뭘 하겠다는 없고, 죄다 이재명을 돕고 지키겠다는 공약들뿐이다.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에도 이들은 “(이재명 칭송은) 자연스러운 현상”(김민석 의원), “타격감이 1도 없는 의미 없는 얘기”(민형배 의원)라며 도리어 당당하다. 이들이 출마선언문에 언급한 ‘이재명’ 이름만 105번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후보도 이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를 발판 삼아 전당대회를 차기 대선 준비용처럼 활용하고 있다. 그가 출마 선언식에서 굳이 종합부동산세 개편 필요성과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건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층 표심을 잡겠다는 수다. 당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으며 ‘합리적 차기 대선 주자’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계산일 테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론’이라며 찬성하라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담당 검사 탄핵안에 반대도 아니고 기권했다는 이유로 몰매를 맞다 원내부대표직마저 빼앗기듯 내려놓은 곽상언 의원으로선 억울하겠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제사법위원회는 19일과 2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관련 청문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를 증인으로 불러 앉히겠다고 한다. 23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후로는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한동훈 특검법’도 몰아치겠다는 계획이다. 당이 대여 공세 총대를 메고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상쇄하려는 거다.
이미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의 1년 전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무리하게 당헌을 뜯어고쳤다가 ‘위인설관(爲人設官)’, ‘이재명 맞춤형 개정’이라는 비판을 샀다. 정말 그야말로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전당대회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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