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삼계탕 맛있었나요?…날개 한번 못 펴본 삼계의 짧은 생 [미드나잇 이슈]
열악한 환경에 각종 질병과 깃털 쪼기 등 스트레스 반응
초복인 15일 양계농장 사육부터 도축까지 열악한 환경을 폭로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삼계탕은 복날 가장 즐겨먹는 보양식 중 하나지만, 재료가 되는 삼계는 한 달 남짓한 사육기간 동안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도축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닭 도축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계탕에 쓰이는 닭인 삼계 월평균 도축량은 1483만26마리다. 그러나 보통 초복·중복이 낀 7월은 삼계 도축량이 2922만4926마리로, 매달 평균의 약 2배(97%↑)였다. 통계청의 ‘전국 삼계 사육 농가 수’에 따르면 지난해 1·3·4분기에 200개 안팎이던 삼계 사육 농가가 2분기에만 356개로 더 많았다. 동물해방물결은 “기존 육계(삼계탕을 제외한 치킨 등 닭고기 생산을 위한 닭) 사육 농가가 복날 수요에 맞춰 삼계 사육으로 일시 전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닭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미 각종 이상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단체 활동가들이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정상적인 형태로 깃털을 갖춘 닭은 거의 없었다. 과밀 사육으로 인해 고온, 스트레스, 영양부족 등으로 새 깃털이 잘 자라지 못하고 질병에 감염돼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개체 간 쪼는 행위가 큰 문제로 꼽힌다. 스트레스를 받은 가금류에서 전 일령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조류 카니발리즘‘이라고도 불린다. 농장 내 닭들은 깃털 쪼기 행동으로 다른 닭에 상처를 입혔고 출혈이 발생하거나 심한 경우 죽기도 했다.
동물해방물결은 “조사 당시 농장 안에 방치된 닭 사체가 다수 발견됐고 사체를 쪼아먹는 닭도 관찰됐다”며 “공격 받은 닭이 상처를 입거나 피를 흘리면 다른 닭도 자극을 받아 카니발리즘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체가 방치되면 바닥 환경이 오염되고 질병 전파 가능성도 커진다.
이 밖에도 빠르게 체중을 늘리기 위해 고단백 사료를 먹이며 영양 불균형을 겪거나 안구 이상, 발바닥 피부염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된 닭이 대다수였다.
동물해방물결은 “동물을 갈증과 굶주림 속에 방치하고 고통을 주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동물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뿐 아니라 공중보건이 위협되는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된 닭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는 비자연적,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닭을 보양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건강과 윤리적 측면에서 옳은지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며 “학대가 용인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점검과 단속, 수사기관·사법부의 엄중한 법 집행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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