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모두 "통합" 외쳤지만, 공화당 일부 "조 바이든이 명령 내렸다"

김효진 기자 2024. 7. 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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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결집' 트럼프 쪽, 호전적 태도 거두고 톤 낮추기도…바이든 후보 사퇴 촉구 흐름 일단 멈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피격 사건 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쪽에서 통합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왔지만 공화당 일각은 선동적 언어로 분열을 부채질했다.

다만 지지층 결집이 예상되는 트럼프 캠페인 쪽은 오히려 호전적 태도를 거둬들이고 전당대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보다 통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캠프도 공격적 광고 등을 중단한 가운데 공세 전환 시점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이민자 등을 향해 선동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해 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다음날인 14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서 "통합"을 촉구하며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께 행한 연설에서 "이 시점에서 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밝힌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여, 통합을 이루라!(UNITE AMERICA!)"고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앞선 게시글에서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통합돼 미국인의 진정한 품성을 보이고 강하고 단호하게 악의 승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당일인 13일 게시글에서도 "방금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한 비밀 경호국과 법 집행기관에 감사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총격으로) 사망한 이의 가족과 심하게 다친 이의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비교적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오후 8시 재차 연설에 나서 "이 나라의 정치적 수사가 매우 과열되고 있다. 이제 열기를 식힐 때"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 민주주의에서 의견 불일치는 불가피하다. 이는 인간 본성의 일부지만 정치가 말 그대로 전장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통화 결과 "감사하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다"며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쟁자로서 날선 공방을 주고 받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견이 모처럼 일치한 셈이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피격을 조장했다는 선동적 언어를 사용하며 통합이나 자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J.D. 밴스 상원의원은 피격 사건 뒤 소셜미디어에 "바이든 캠페인의 핵심 전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파시스트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수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로 직접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번 사건 관련 "조 바이든이 명령을 내렸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장했다. 콜린스 의원은 첫 TV 토론 후폭풍으로 지난주 대선 후보 사퇴 압박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이 기부자들과 통화하며 후보 사퇴 관련 논쟁으로 "더이상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며 경선 완주 의지를 밝히고 "토론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트럼프를 과녁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콜린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의제 문서에 총을 쏴 폭파하는 정치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있다. 펠로시 전 의장은 2022년 집에 괴한이 침입해 남편 폴 펠로시를 폭행하는 정치 폭력을 경험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14일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과녁" 발언을 지적하며 "양쪽 모두"가 "수사의 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사기 주장을 유포해 미국 민주주의에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던 대표적 정치 폭력인 2021년 1월6일 미 의회의사당 난입을 촉발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지난 3월 오하이오주 연설 중엔 자신이 당선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선 "인간이 아니다", "동물", "우리나라의 피를 중독(poisoning)시키고 있다" 등의 혐오 수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비판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1963년 존 F. 케네디 미 전 대통령 암살,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 전 대통령 피격 사건 등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 분열의 원인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 정치 폭력 사건들에선 성찰보다 상대 당에 대한 비난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이 "미국을 하나로 모으기보다 분열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피격이 지지층 결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선거캠프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낮추"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신문은 피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라(fight)"고 여러 차례 말하며 저항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후 트럼프 쪽 수석 고문들이 보좌관들에게 피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15일부터 4일간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용기와 회복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며 전당대회 기획자들이 "연설자들이 (수사 수위를) 높이기보다 낮추기를 원한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될 예정인 전당대회 연설 내용도 바이든 대통령 공격에서 통합 메시지 위주로 바뀌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18일 연설할 예정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뒤 미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초 바이든 대통령 정책에 초점을 맞춘 연설을 준비했었지만 "이제 완전히 다른 연설이 될 것"이라며 연설이 "나라 전체를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말했다.

바이든 캠프도 캠페인을 신중히 조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피격 사건 뒤 바이든 캠페인이 모든 외부로의 메시지 송출을 중단했고 보좌관들이 가능한 빨리 텔레비전 광고를 내리려 하고 있다며 이번 주 바이든 캠프 선거 운동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로 예정된 텍사스 방문을 연기했고 5000만달러 규모 광고 공세도 중단했다. 통신은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NBC와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며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주 후반에 선거운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은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에 출마할 민주당 후보들도 트럼프 당선 때 미칠 위협에 초점을 맞췄던 캠페인을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 선거 캠페인에 관여 중인 한 민주당원은 통신에 "진짜 문제는 2주 안에 우리가 다시 돌아가 트럼프를 국가에 대한 위협이라고 선언할 수 있겠느냐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지난주 민주당에서 거세게 몰아치던 바이든 대통령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은 피격 사건 뒤 잦아 들었다. <로이터>는 한 백악관 소식통이 바이든 대통령 하차 시도가 "끝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그러나 다른 민주당 소식통들은 그러한 판단이 너무 낙관적이며 당장 빗발치던 사퇴 촉구는 멈췄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한번 실수할 경우 재개될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총격범, 소셜미디어 활동 적고 정치 성향도 모호…범행 동기 오리무중

미 연방수사국(FBI)는 14일 성명을 통해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고 현장에서 사살된 총격범이 펜실베이니아주 베델파크 출신 토마스 매튜 크룩스(20)라고 확인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FBI 당국자들은 크룩스가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지만 동기는 아직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자들은 크룩스가 범행에 사용한 AR-15 반자동 소총은 그의 아버지가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이지만 아버지가 크룩스에게 총을 준 것인지 크룩스가 허락 없이 총을 가져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크룩스에게 정신질환 및 범죄 기록은 없다.

<뉴욕타임스>가 고위 법 집행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크룩스는 범행 동기에 대해 설명하거나 외부 연결고리와의 단서를 제공하는 성명을 남기지도 않았다. 소셜미디어 이용도 활발하지 않았으며 온라인 활동은 체스, 비디오 게임, 코딩 학습에 치중돼 있었다고 한다. 크룩스는 두 달 전 대학을 졸업한 뒤 베델파크에 위치한 요양원에서 식이 보조원으로 일했다. 시설 관리자는 그가 문제 없이 일했다고 했다.

정치적 성향조차 모호하다. <AP> 통신에 따르면 크룩스는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유권자로 등록돼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일인 2021년 1월20일 민주당 연관 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FBI는 피격 사건을 암살 시도 및 국내 테러 공격 양면으로 조사 중이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한 가판대에 놓인 복수의 신문들 1면이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중 피격 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관련 기사로 도배돼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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