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고통 여전…“참사는 현재 진행형”

진희정 2024. 7. 1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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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오송 참사의 희생자와 생존자 모두 평범했던 우리의 이웃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가 하루 아침에 생과 죽음으로 내몰렸는데요.

피해자를 존중하지 않는 재난 대처와 수습이 이들을 더 큰 상처로 내몰고 있습니다.

큰 심리적 충격,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참사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진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계속된 호우에 강 임시 제방이 무너진 미호강.

400m 떨어진 지하차도로 삽시간에 물이 밀려왔고,

["사장님, 물 차! 물 차!"]

시내버스, 승용차, 대형 화물차까지 17대가 꼼짝없이 갇혔습니다.

[119 신고 내용 : "버스하고 사람들이 다 갇혔어요, 여기. (잠시만요, 잠시만요. 궁평2지하차도예요?) 지금 여기 지하차도…."]

높이 4.7m 지하차도는 12분 만에 통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24분 만에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오송 참사 생존자/음성변조 : "숨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가급적이면 위쪽으로 코를 붙이려고…."]

당시 청주 전역엔 호우 경보, 미호강 일대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던 상황.

지하차도가 위험하다는 사전 신고에도 진입 통제는 없었습니다.

승객 탈출을 위해 버스 창을 깨던 기사, 휴일 출근길에 나선 미화원, 결혼을 앞둔 교사까지….

홀로 재앙을 떠안았습니다.

[김영환/충청북도지사 : "(제가) 거기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희생자 49재 날 밤, 협의되지 않은 분향소 철거.

모두가 분노했습니다.

["청주시장, 나와라!"]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피해자의 민감한 개인 의료 정보를 동의 없이 가져간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재난 심리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습니다.

[오송 참사 생존자협의회 대표 : "정보가 혹시나 유출될까 치료를 기피하고 미뤘던 분도 계세요, 사실. 그런데 저희들의 동의도 없이, 자세한 설명도 없이 처방전, 약제비, 진료비 세부 내역서를 가져갔다니 저희들을 사찰했다는 느낌이…."]

참사가 난 지하차도 재개통을 앞두고 안전 시설을 점검하는 자리.

["((유족들이) 오시지도 않았는데 시작하시면 어떡합니까.) 죄송합니다. (저희가 여기 들어오기까지 정말 힘들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무거웠는데….)"]

고통 속에 다시 현장을 찾은 피해자들은 뒷전이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지난 1년은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아닌, 아물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송두환/국가인권위원장 : "(피해 회복 지원이) 행정적인 절차로서만 진행되니까…. 실질적인 지원 대책도 너무 모자라고, 정서적으로도 많이 이반된 상태인 것처럼 느껴져서 그 부분이 좀 몹시 유감스럽습니다."]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오송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유해정/'우리 함께'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 :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회복이 이뤄지면 2차적인 가해가 일어나거나 피해가 훨씬 더 증가될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 (피해자마다) 어떠한 회복의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인가, 어떠한 조력과 지원이 필요한 것인가, 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 판단에 대한 결정이 존중되면서 그 과정대로 이행될 수 있을 때만이 피해자의 올바른 회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촬영기자:김현기

진희정 기자 (5w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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