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조치 약속했는데…갈 길 먼 재발 방지

정진규 2024. 7. 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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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또 다른 재난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재난에서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송 참사 이후, '안전 시설을 보강하겠다', '재난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이 쏟아졌는데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우리는 이제,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현장 곳곳을 정진규 기자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명의 사상자가 나온 청주 오송 궁평 2 지하차도입니다.

새로 설치된 비상탈출용 손잡이입니다.

바닥에서 각각 1m 50cm, 2m 70cm 떨어진 2단 형태로 설치됐습니다.

설치하자마자 어린이와 노약자를 고려하지 않은 높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아래쪽 봉은 손잡이가 아니라 발판입니다.

터널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발판에 어렵게 올라도 수십 미터 떨어진 탈출용 사다리까지 다시 이동해야 합니다.

전북 전주의 지하차도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탈출용 손잡이를 바닥부터 천장 끝까지 6단으로 촘촘하게 설치했습니다.

손잡이만 잡으면 어디서나 탈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느슨한 청주 오송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보완점은 또 있습니다.

지하차도 침수 시 사용하라고 만든 인명구조 장비함인데요.

이 안에는 구명조끼가 단 한 벌만 들어있습니다.

이 지하차도 안에 모든 구명 조끼를 합쳐도 12벌이 전부입니다.

참사 당시, 685m 달하는 지하차도 안에는 최소 30명이 고립됐습니다.

[백경오/한경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재난 관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방향으로 늘 준비돼 있어야 하죠. 월류된 물들이 지하차도나 다른 시설물을 침수시켰을 때, 그 안에 있는 분들이 탈출할 수 있는 시설부터 행동 매뉴얼을 (잘 갖춰야 합니다)."]

참사가 벌어진 지하차도에서 1km 떨어진 또 다른 지하차도입니다.

정부는 이곳을 비롯해 미호강 근처 지하차도 2곳을 최대 5미터 이상 침수될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하차도들 가운데 내부 안전 시설이 보강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지하차도마다 소유 기관과 운영 주체가 다르고, 침수에 대비한 안전 시설 보강 지침도 아직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아서입니다.

[이연희/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개정된 방재 지침을 보면 안전 기준이나 침수에 대비한 이런 것들은 하나도 개정이 돼 있지 않았어요. 지하차도나 터널과 관련된 부분은 화재와 관련된 방재 지침만 있지, 침수와 관련된 방재 지침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천이 범람할 위험이 있는 전국의 지하차도 431곳 가운데 297곳은 진입 차단 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권진웅/감사원 국토환경감사국 과장 : "지하차도가 비가 많이 오면 침수, 이제 이런 것만 생각했지, 하천 주변에 있는 것들은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지자체에서는 조금 간과하고 있었던 거죠."]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미흡한 후속 조치와 안전 대책으로 불안 속에 다시 여름을 보내게 됐습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그래픽:최윤우

정진규 기자 (jin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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