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 지원자 면면 보니, 다시 방송장악 시절임을 증명"
언론노조 KBS본부 "부적격자 일색"
방송통신위원회가 15일 KBS 이사 지원자 53명의 명단과 지원서를 공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번 KBS 이사 공모 결과에 대해 “부적격자 일색”이라며 “과거 방송장악에 앞장섰고 또 지금 정권의 방송장악에 동조하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KBS 출신인 전용길 전 콘텐츠본부장, 김영선 전 예능국장, 지연옥 전 경영본부장, 김덕기 전 대구방송총국장의 부적격성에 대해 먼저 언급하며 “다시 방송장악의 시절임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당시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은 파업 중이었던 KBS본부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를 인사위원회에 요구한 바 있다. 그해 이승만 미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유신 미화 우려를 일으킨 드라마 ‘강철왕’ 제작을 추진해 비판을 받은 전용길 본부장은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이 실시한 본부장 신임투표에서 재적 선거권자 중 70.4%의 찬성으로 불신임을 받았다. 이후 정부여당 편파보도를 지시하고 이에 비판적인 종사자의 인사조치 등을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언론노조가 2017년 공개한 ‘언론장악 적폐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KBS본부 성명에 따르면 김영선 전 국장은 과거 예능국장 시절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 특집 열린음악회’를 방송해 경질됐다. KBS본부는 “그는 이후 전주총국장을 거치는 등 공영방송을 영달의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꼬집었다. 지연옥 전 본부장에 대해선 “KBS 최초 여성임원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김인규 사장 출근 호위무사를 자처한 대가였다”며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며 사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을 덮기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김덕기 전 총국장은 2023년도 KBS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영평가보고서에 “KBS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 논란은 2022년 말 5개 국장으로 확대된 ‘임명동의제’의 영향도 일정 부분 받은 것으로 보임” “책임경영을 수행해야 하는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국장임명동의제는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등을 기술했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김덕기 전 총국장에 대해 “과거 정연주 사장 축출에 앞장서면서 승승장구했고, 이명박을 미화한 ‘현장르포 동행’을 제작했으며, 이승만 특집 프로그램도 담당하면서 체제에 부역해 이사회 사무국장까지 올랐던 인물”이라고 했다.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역임한 이인철 변호사를 비롯해 김도연 국민대 교수, 황성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과 검사 출신인 송인택 농협중앙회 사외이사에 대해선 “정파적 활동을 두드러지게 하거나 방송 공정성, 제작자율성을 훼손한 인물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KBS본부는 “이인철, 김도연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황성욱은 이미 방심위 위원으로 있으며 법인카드 부당집행 및 근태 문제가 드러났던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송인택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동생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고발당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게다가 광우병 보도를 '파문'으로 지적하며 PD 저널리즘을 근절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언론국민연대, 언론인총연합회, 공정미디어연대, 공영언론미래비전 100년 위원회 등 이른바 보수언론단체에서 활동한 인사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이들 단체 출신으로 공언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백 YTN 사장, 공정미디어연대 대표를 역임한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이 있다.
이들 단체 활동을 경력에 기재한 지원자들 중 박기완 KBS PD, 황승경 문화미래포럼 사무처장, 이재윤 전 YTN 해설위원, 정화섭 전 KBS 제작기술센터장 등에 대해 KBS본부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에 발맞춰 행동대장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에 소속된 인물들”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 단체들은 지난해 여름, KBS 주위를 조화로 둘러치고 신관내부에 수신료 분리고지에 찬성하는 화환을 갖다놓고 수신료 분리고지를 찬동했다. 이랬던 이들이 어떻게 KBS 이사가 되어 정치적 독립성과 재원의 안정성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방통위는 형식적인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제 공영방송 KBS를 망친 주범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될 것”이라며 “당장 공영방송 KBS 이사 선임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KBS본부는 모든 언론 노동자,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방통위 해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 홈페이지 공개된 이사 후보자 지원서를 살핀 결과, KBS 이사에 지원한 53명 중 28명이 KBS 출신이었다. 서기석 KBS 이사장을 비롯해 권순범, 이동욱, 황근 등 현 KBS 이사 4명이 차기 이사에 지원했다. 이들 모두 현재 여권 추천 이사다. 지원자 성별로 보면 남성은 46명, 여성은 7명이었다. 또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서에 기재하도록 한 추천인은 지원자 중 6명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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