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MBTI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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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면인 사람에게도 날씨만큼이나 쉽게 건넬 수 있는 대화 주제가 MBTI가 아닐까 싶다.
"MBTI 어떻게 되세요?" 설령 "잘 몰라요, 안 해봤어요"라는 답이 돌아오더라도 "계획적인 편이세요, 즉흥적인 편이세요?" "감정적인 편이세요, 이성적인 편이세요?" 하며 상대방의 성향을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곗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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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면인 사람에게도 날씨만큼이나 쉽게 건넬 수 있는 대화 주제가 MBTI가 아닐까 싶다. "MBTI 어떻게 되세요?" 설령 "잘 몰라요, 안 해봤어요"라는 답이 돌아오더라도 "계획적인 편이세요, 즉흥적인 편이세요?" "감정적인 편이세요, 이성적인 편이세요?" 하며 상대방의 성향을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곗거리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공간에서 토크를 곁들인 살롱콘서트를 기획하며 우리는 주제를 MBTI로 정했다. 우리가 연주한 곡들은 요한 세바스찬 바하와 그의 둘째 아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하, 도플러 형제, 프랑스의 후기 낭만 작곡가 포레와 카스테라드, 그리고 현대 작곡가인 일본의 사토시 야기사와, 영국의 이안 클라크, 한국의 김상진의 작품이었다. 재미있게도 소통이 가능한 김상진 작곡가의 MBTI는 지인을 통해 입수(?)했다. 다른 두 작곡가도 알아볼 순 있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그들의 정확한 MBTI를 관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적 특성과 그들에 관한 일화 등의 자료를 통해 그들의 MBTI를 유추해 보며 관객에게 그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여서 연습보다 회의를 더 많이 했고,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교회음악이 주를 이루던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음악은 경건하다. 이 시대 음악은 이미 정해진 베이스라인에 딸려 적혀있는 숫자를 사용해서 화성을 쌓아야 했으므로 즉흥성에는 한계가 있고 질서정연했다. 그는 건반악기가 하프시코드에서 현대의 피아노로 변모하던 시기에 그 변화를 안 좋아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바하가 ISTJ 성향일 거라 소개했다. 그의 아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하는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활동했으며, 악상과 화성 등 음악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갑작스럽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작곡가이다. 우리는 그를 아버지와는 정반대인 ENFP였을 거라 유추해 본다. 이안 클라크는 "곡선들(Curves)"이라는 제목 아래 독특한 플루트 연주법을 사용하여 음악이 곡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작품에 담고자 했고, 우리는 이러한 그의 작곡 기법을 상상력을 활용하고 경험보다는 직관에 의지하여 사고하는 N의 유형에 비유했다. 반대로 야기사와의 음악은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의 맛, 또는 색깔을 자주 주제로 삼기에 오감에 의존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사물이나 사건을 판단하는 감각형 S로 소개했다. 어찌 보면 우리가 만들어낸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데도 관객들은 예상외로 진지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과학적인 정보는 아니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시고 재미 삼아 들어주시길" 재차 강조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아주 예전부터 온갖 심리테스트를 우린 참 재미있어했다. 복잡 미묘한 사람의 마음과 성격을 파악해서 수월한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걸 거다. MBTI 테스트는 그러한 열망의 2024년 버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을 만든 사람과 연주하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음악회의 모든 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관계를 생각하면 MBTI를 적용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기획한 콘서트였고 결과적으로 우리들의 재미있는 추억이 됐다. 김예지 목원대 관현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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