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이 구현하는 ‘서진이네’의 ‘최우식’에게 빠져들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니스트 2024. 7. 1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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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배우를 향해 가지는 고정관념 중 하나가 ‘예능프로그램은 어려울 것’이 아닐까. 주어진 배역, 타인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에 몰입하여 완전히 자기 자신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일과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발산을 추구하지만, 알고 보면 매 순간 대중이 선호하는 방향의 감각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일은, 엄연한 차이를 가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배우들만큼 예능프로그램에 적격인 존재가 또 없다. 배우인 동시에 스타인 이들은 ‘매력 있음’을 디폴트값으로 지니고 있어 대중의 호감을 이미 산 상태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즉, 배우 본연의 모습이 잘 어우러지는 판만 제대로 깔아준다면, 우선 성공할 확률은 반 이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해당 배우가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익살스럽고, 장난기까지 있다거나 한다면 확률은 한층 더 높아진다. 사실 예능 카메라 앞에서만 유독 뚝딱거리는 유형이더라도, 사석에서 편하게 지내는 이들과 함께 출연진을 꾸려준다면, 그리 큰 상관은 없겠다.

대표적인 예가 ‘윤식당’에 이어 ‘여름방학’, ‘서진이네’ 등 나영석 PD의 예능에서 연이어 활약 중인 배우 최우식이다. 그의 강점은 카메라 앞에, 배우로서 맡은 인물이 아닌 ‘최우식’으로서 서 있어도 경직된다거나 어려워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있는 그대로’의 최우식 같아 보여, 보는 이들의 마음조차 편안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고 할까.

물론 이 또한 본연의 것에 좀 더 근접한 모양새일 뿐이지 온전한 최우식이라 할 순 없겠다. 어찌 되었든 카메라로 상징되는, 연출자의 시각을 한번 거친 후 전달되는 모습이어서 대중이 은연중에 추구하는 최우식의 매력이 좀 더 강화된 형태일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럼에도 그가 만드는 장면들에 있어 조금의 이물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진이네’에서 최우식은 개구진 인물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 줄 아나 종종 뺀질대곤 하여 주변인의 애정 어린 구박을 받기도 하는데, 여기서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은 그렇다고 그가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않은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즉, 최우식이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짓궂은 장난도 서슴없이 할 수 있고 하게 되는, 그만큼 편한 존재라는 의미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상대를 편하게 여기는가. 우선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된 상태이거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상대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편하게 여길 때다. 행동이나 말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대한다고 생각이 들면, 적어도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우리 또한 마음의 경계를 푸는 것이다. 여기에 상대가 어느 정도 장난끼도 지니고 있다면 한층 편해진다.

주변에 흔치 않게 존재하는, 전형적인 ‘매력체’로 최우식이 해당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능에서, 그것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진귀한 인재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화장실 가고 싶을가 봐 물도 마시지 않았다는 말에, 미처 그것까지 생각을 못 했다며 주저앉는 장면마저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계산 실수를 해버린 선배에게 핀잔을 주는 데 누구 하나 기분 상하는 사람이 없다. 분위기만 유쾌해지며, 보는 이들은 그저 재미있을 뿐이다. 심지어 핀잔을 들은 당사자도 귀엽게 여길 따름이니 말 다한 셈. 함께 하는 출연진도 제작진도, 카메라 너머에서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그가 어떤 사람(진심으로 그럴 사람이 아니란 것)인지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모두가, 배우 최우식이 구현하고 있는 ‘서진이네’ 속 ‘최우식’에게 완벽하게 몰입된 것.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대중을 완벽하게 몰입시킨, 매혹한 배역을 보유한 작품은 흥행 가도를 달리게 된다는 법칙을. ‘서진이네’가 시즌2에서 다시 한번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거두고 있기도 하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tvN ‘서진이네2‘]

서진이네2 | 최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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