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사라져" 폐업 역대 최대…벼랑 끝 자영업
<앵커>
지난해 가게 문을 닫겠다고 신고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코로나 이후 정부 지원금으로 어렵게 버텨오던 자영업자들이 높은 금리와 물가 속에 내수마저 살아나지를 않자 결국 폐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밖에 우리가 짚어봐야 할 또 다른 구조적인 문제들도 있습니다.
현재 자영업 상황과 함께,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지 박재현 기자, 김덕현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박재현 기자>
문 닫는 자영업은 소매업, 서비스업, 음식업 순으로 많았습니다.
서울 시내에 가장 폐업 상승률 높은 곳이 이곳 강북구인데요, 폐업률 높은 업종들을 취재했습니다.
구청 맞은편 사진관, 과거 여권 사진 손님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폐업 후 방치돼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변신에 실패한 사진관들은 계속 줄어, 지난해 또 8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사진관 대표 : 90%가 아니라 99% 없어졌어요. 한 군데 남았어요 지금. (인근 사진관) 총수입이 100만 원 정도 되려나 그래요. 사진관을 하다가 안 되니까 한 군데다 조그맣게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청과상은 인건비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았습니다.
청과물 운송과 판매 등 사람을 써야 하는 일인데, 인건비는 오르고 과일 매출은 부진해 올해 8곳이 폐업했습니다.
[청과상 대표 :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지만 올해 같은 경우가 처음이야. 38년 장사했지만 처음이라고. 조상들 모시려고 사과 3개, 배 3개 이렇게 둬야 하는데 하나씩만 올린단 말이야.]
지난해 30~50대 자영업자는 예전보다 70만 명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은 65만 명 늘어, 전체 36.4%에 해당할 정도로 고령화 추세가 뚜렷합니다.
[홍승일/소방용품 유통업 대표 :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기 보통 20-30년 했던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노하우를 당장 버리고 새로운 걸 개척하겠다, 그건 힘들지 않겠나 싶어요.]
이머커스와 플랫폼 중심으로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사양산업에 고립돼 관성적으로 버티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폐업이 급증한 업종을 봐도 유아용품, 커튼용품, 가전제품 수리업 등이 그런 맥락입니다.
[청계천 전자업체 대표 : 청계천에 나오면 탱크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을 했는데, 인터넷으로 다 살 수가 있으니까 안 오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내 노동력을 갈아 넣는 '나 홀로 사장님'으로 남는데, 그마저도 어려워져 지난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9년 만에 최대 감소폭인 13만 4천 명 급감했습니다.
[유통업체 대표 : 한두 명 직원 수인데도 쓸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럼 직원을 안 쓰면 주인이 혼자서 어떻게 해요. 병들지 그러다 보면….]
'고령'의 자영업자들이 '고임금'으로 홀로 내몰리고 급격한 시장 변화에 '고립'되는, 이른바 '3고'로 자영업 현실이 진단됩니다.
그래도 근근이 버텨오던 자영업자 폐업이 확 는 것은 장기화된 고금리가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덕현 기자>
자영업자들은 처음에는 다른 빚을 내서 빚을 막다가, 금리 부담에 연체가 늘면서 이렇게 두 손을 들게 되는데요.
소득과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0.2%까지 치솟았습니다.
서울 신촌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다 코로나 때 정부 대출로 2억 원을 빌렸던 A 씨.
유예 조치로 미뤄졌던 상환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매달 600만 원 가까이 청구되는 원리금을 갚기 위해 카드 현금 서비스도 받았습니다.
[A 씨/음식점 대표 : 하루살이처럼 대출을 갚기 위해서 사는 인생, 이렇게 돼버린 거예요. 그걸 갚으면 생활비가 없고. 고금리를 쓰기 싫죠. 근데 연체를 시키면 아무것도 못할 수 있으니까….]
A 씨처럼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난 자영업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반년 만에 5조 2천억 원 넘게 늘었습니다.
연명은 도왔지만, 생존율은 높이지 못했습니다.
[B 씨/전직 자영업자 (카페 폐업) :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있어서 (대출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만, 기존에 있던 빚에다가 정부에서 대출해 준 것까지 합쳐지다 보니까 엄청난 부담이 돼서….]
배달료 지원, 대출만기 연장 등 지원금 위주의 정책이 한계가 분명한 이유입니다.
[하준경/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 무한 출혈 경쟁이 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고. 컨설팅해서 고부가가치 창업이 되도록 하는 체계를 좀 더 지금보다 강화를….]
자격증 취득 교육 등을 통해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게 실질적 도움이 됩니다.
[C 씨/전직 자영업자 (폐업 후 자격증 취득) : 자격증이라든가 지원해 줘서 무엇을 할 수 있게끔, 재기할 수 있게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게, 제 경험상으로 그게 더 좋은 게 아닌가….]
경쟁력 없는 사업자의 폐업을 지원하고 채무 재조정을 병행해,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조춘동·유동혁·강동철·이찬수, 영상편집 : 안여진·박지인, 디자인 : 강경림·서동민·서승현·이재준, VJ : 김건)
박재현 기자 replay@sbs.co.kr
김덕현 기자 dk@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