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트럼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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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 볼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도전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성조기로 대표되는 위대한 미국과 이를 이끌 적임자는 바로 트럼프'라는 이미지다.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라고 할 '헤리티지재단 프로젝트 2025'는 미국 우선주의의 결정판이다.
흔들리는 미국식 민주주의 단면이 트럼프 이미지와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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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 볼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도전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고집불통에 미국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어떻게 세계 정치와 경제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다시 앉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21년 지지자들이 민의의 전당이라는 의사당에 난입하도록 부추겼다는 지적도 받는다. 집권 전 성추문을 비롯해 통틀어 4개 사건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된 그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지지층이 단단하다. 40~50대 저학력 백인 남성 집단이 대표적이다. 트럼프가 자신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치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제조업 쇠퇴로 일자리를 잃고,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기도 버거운 이들에게 “당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물밀듯이 밀려드는 수입 상품과 이민자 탓”이라고 다독거려주는 이가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 피격 사건은 그의 이미지를 바꾸고 대선 판도를 흔드는 변곡점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것이다. 다행히 치명상을 피한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싸워라”(Fight)고 외쳤다. 지지자들도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이 공포와 충격의 장면을 대표하는 한 장의 사진을 AP통신 에번 부치 기자가 남겼다. 트럼프가 피를 흘리며 주먹을 흔드는 모습은 저런 위기상황에서도 쇼맨십을 발휘할 여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다. 게다가 푸른 하늘과 펄럭이는 성조기는 마치 꾸미기라도한 듯 트럼프를 돋을새김하는 보조장치로 작동했다. 트럼프의 장남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리며 “그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덧붙였다. 트럼프 캠프에선 이 사진 한 장으로 대선 레이스는 끝났다고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성조기로 대표되는 위대한 미국과 이를 이끌 적임자는 바로 트럼프’라는 이미지다. 태평양전쟁을 상징하는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을 닮았다. 전쟁 막바지인 1945년 2월 일본이 본토 사수를 위해 결사항전을 벌이던 작은 섬이 이오지마였다. 그 섬에 성조기를 꽂으며 미국의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대선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라고 할 ‘헤리티지재단 프로젝트 2025’는 미국 우선주의의 결정판이다. 흔들리는 미국식 민주주의 단면이 트럼프 이미지와 겹친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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