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공간 도시철도 다채롭게 하는 건 결국 사람”

글·사진=조성우 기자 2024. 7.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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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철도) 2호선이라도 타고 내리는 승객을 비롯해 역마다 그 분위기가 다릅니다. 서면역은 정말 많은 사람이 타고 내려 다양한 분들이 뒤섞입니다. 종점인 양산역은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인 반면, 반대편 종점인 장산역은 끝나는 곳이라기보다 그곳을 기점으로 다시 어딘가로 뻗어나가는 분들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그는 "이 공간에는 기관사뿐만 아니라 관제사·영양사·청소 여사님, 그리고 승객이 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이 잿빛 공간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인다"며 "결국 '지하세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점을 느꼈고, 그걸 전하고 싶어 책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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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부산도시철도 기관사

- 책 ‘이번 역은 요절복통…’ 출간
- 7년간 겪은 다양한 경험 녹여
- 역마다 다양한 분위기 생동감

“같은 (도시철도) 2호선이라도 타고 내리는 승객을 비롯해 역마다 그 분위기가 다릅니다. 서면역은 정말 많은 사람이 타고 내려 다양한 분들이 뒤섞입니다. 종점인 양산역은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인 반면, 반대편 종점인 장산역은 끝나는 곳이라기보다 그곳을 기점으로 다시 어딘가로 뻗어나가는 분들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기관사로,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라는 책을 펴낸 이도훈 작가가 15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기관사이자 최근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를 출간한 이도훈(33) 작가는 15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호선 운행 경험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특정 호선을 운행하려면 면허와 함께 ‘구간 인증 교육’이 필요하다. 추가 교육을 받으면 다른 호선도 운행할 수 있지만, 전문성을 위해 기관사들은 퇴직할 때까지 같은 호선만 운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책은 이 작가가 이렇게 7년간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기관사로서 쌓은 경험을 엮은 에세이다.

이 작가는 기관사로서의 다양한 경험을 책에 녹여냈다. 눈에 띈 점은 일명‘급똥’이라 불리는 갑작스러운 생리현상의 고충이다. 운전실을 비롯해 도시철도에는 화장실이 없다. 문 바로 뒤편엔 승객들이 가득해 거사를 치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예상치 못한 신호가 오면 2시간 30여 분의 운행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만 한다. 기관사 사이에서는 ‘혈 자리’로 불리는 응급대처 방안도 구전될 정도다. 그마저도 도저히 안 되면, 이른바 ‘똥대기’로 불리는 대기 기관사를 호출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비 오는 날이면 펜싱 경기처럼 우산을 출입문 사이에 찔러 넣어 늦게라도 탑승하려는 승객이 있다. 여름이면 ‘춥다’와 ‘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와 냉난방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도 크다.

기관사는 이처럼 다양한 애로사항을 맞닥뜨리지만, 마냥 고충만 있진 않다. 매일 같은 호선을 운행하지만 역마다 다른 분위기로 지루할 틈이 없다. 전포역은 젊은이들의 최신 유행을 엿볼 수 있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은 출퇴근 직장인으로 가득하다. 관광지인 해운대역은 캐리어를 가지고 타는 사람이 많다. 여행 오는 승객인 만큼 설레는 마음이 기관사에게까지 전해진다. 특히 부산 도시철도는 안내방송에서 뱃고동과 갈매기 소리가 나와 바다를 따라 달리는 철도의 특별함이 있다. 이 작가는 “종종 여행지에 나도 초대받은 느낌이 든다”며 “그 낭만에 취해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마다 승객 분위기도 다르다. 첫차를 타는 승객은 출근 또는 타지로 이동하기 위한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반면 막차 승객은 정반대다. 긴 야근 끝에 퇴근하거나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는 승객이 대부분이다. 이 작가는 이들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승객인 만큼, 조금 늦더라도 가급적 모두를 태우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늦은 시간 역사에 누구도 남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잿빛인 도시철도의 물성은 비인간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하세계는 인간성으로 가득하다고 전한다. 그는 “이 공간에는 기관사뿐만 아니라 관제사·영양사·청소 여사님, 그리고 승객이 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이 잿빛 공간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인다”며 “결국 ‘지하세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점을 느꼈고, 그걸 전하고 싶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이 작가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철도를 달리며 승객을 집으로 데려다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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